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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쉬핑이 영구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회사 내 핵심 자산인 선박도 팔아 약 4200억 원 마련을 추진한다. 회사는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현재 지고 있는 채무관계를 모두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구속 기로에 선 최대주주들이 최근의 수사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가면서도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이 같은 자금 조달 구조를 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폴라리스쉬핑의 모회사 폴라리스에너지앤마린(E&M)은 SG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총 3000억 원을 투자 받기로 하고 영구 전환사채(CB)·교환사채(EB) 발행 준비에 착수했다.
폴라E&M은 이렇게 조달한 전체 자금 중 900억 원만 곧장 자회사 폴라리스쉬핑에 내려보내 자회사와의 채무 관계를 먼저 끊어내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는 김완중·한희승 폴라리스쉬핑 회장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당국이 정상 참작할 여지를 만들기 위한 조치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2022년 폴라리스쉬핑은 폴라E&M에 수백억 원을 대여해줬는데, 경찰은 이 조치가 오너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배임 행위였다고 보고 최근 두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폴라리스쉬핑은 다만 이렇게 상환 받은 돈을 한푼도 쓰지 않기로 했다. 또 회사 내 핵심 선박을 매각해 1200억 원을 추가로 확보, 총 2100억 원을 폴라E&M에 배당할 계획이다. 폴라E&M은 영구 CB를 발행하며 남겨둔 자금 2100억 원을 합해 총 4200억 원을 바탕으로 회사의 외부 채무를 모두 갚기로 했다.
현재 회사는 칸서스자산운용과 이니스-NH PE 등에 4000억 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다. 이 채무관계가 이달 안에 정리되지 않으면 채권자들이 질권을 실행해 회사 경영권을 공매에 부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자회사로부터 받았던 대여금을 반환하면 배임 혐의에 대한 구속 적부 심사에서 정상 참작될 여지가 있다”며 “이 점을 고려해 자회사에 대여금 상환 명목으로 돈을 주는 액션을 취한 뒤 배당으로 재수취해가는 이색적 금융 구조를 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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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이 같은 투자 구조가 회사의 중장기 경영에는 다소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SG PE는 이번 3000억 원 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폴라E&M의 영구 CB 2450억 원어치와 EB 550억 원어치를 한꺼번에 인수할 방침이다.
또 이 영구채권의 상환을 보장하기 위해 폴라리스쉬핑에 향후 1년 안에 상당수 선박을 추가로 매각하도록 이번 투자 계약서에 명시해뒀다. SG PE는 이번 투자 성사 시 3~5년 간 연 20% 안팎의 내부수익률(IRR) 달성이 가능하다고 투자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다만 회사를 둘러싼 적잖은 구설수 탓에 SG PE의 펀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일각에서 나온다.
업계에선 두 회장이 경영권을 팔지 않고도 회사의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오너십을 지키게 됐다는 자조 섞인 평가도 나온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선 대부업자를 쫓아내고 더 큰 고리대금 업자를 불러온 꼴”이라며 “경영에 악영향을 미친 오너들을 지키키 위한 투자 구조라는 점에서 생각해볼 점이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폴라리스쉬핑 측은 이 같은 외부 평가가 사실 관계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지난해부터 우리프라이빗에쿼티(PE)에 경영권을 매각하려다 실패하면서 다른 사모펀드를 투자자로 맞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모회사가 자회사에 빌린 대여금은 당연히 갚아야 하는 것”이라며 “최대주주의 수사와 이번 투자 유치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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