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투자자 지원 위한 세제 혜택 내용 발표
인센티브 미비 지적 해소…추가 지원책도 필요
하반기 정책 성패 기로…정부·국회 적극 나서야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한 밸류업 프로그램(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올해 자본시장의 가장 큰 화두다. 이달 프로그램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지던 세제 인센티브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역동경제 로드맵’에는 밸류업 우수기업에 제공하는 세제 혜택과 이 기업들에 투자하는 주주들에게 제공하는 세제 지원 내용이 포함됐다.
내용을 살펴보면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잘 이행하는 우수 기업들에게는 법인세를 깎아주고 경영권 프리미엄 적용으로 기업인들의 경영 부담을 높이는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 제도도 31년만에 폐지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최대주주가 주식 상속시 경영권 프리미엄 20%를 더해 주식가치를 평가하는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를 통해 상속세 할인 효과를 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또 소액주주 등 개인투자자들에게 매겨지는 배당소득은 분리과세하고 세율도 낮춰주기로 했다.
이에 상반기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당시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할 인센티브가 부족하고 개인투자자의 장기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어느 정도는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우수 밸류업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법인세 인하로 기업들의 요구 사항을 충족했을뿐만 아니라 배당소득 분리과세 및 세율 인하를 통해 우수 밸류업 기업들에 투자하는 이들까지 혜택의 범위에 넣은 것은 긍정 평가할만 한다.
하지만 밸류업 참여 활성화를 위해 충분한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 이 정도의 인센티브로 밸류업 정책에 대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우수 밸류업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나온다.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자체가 공시 의무와 정보 공개 등의 부담을 상장사들에게 지워지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기업의 가치를 스스로 올리자는 취지로 자율적으로 시행되지만 기업들에게는 규제 강화로 인한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는 만큼 이를 상쇄할 만한 당근이 주어져야만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재계에서 경영 부담으로 요인으로 지적해 온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만 하더라도 제도가 폐지되는 건 의미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핵심인 높은 상속세율은 이번에 다뤄지지 않았다. 정부가 이를 포함한 추가 세제 혜택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어느 정도 수준으로 나올지가 주목된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스스로 상장폐지를 결정하는 상장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목표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현실이다. 상장폐지 이유로 가중된 공시부담과 과도한 주주제안을 꼽고 있다.
사업보고서와 반기·분기 보고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보고서 등 관련 각종 공시 부담에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중장기 계획 등을 담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부담도 더해졌다는 평가다.
또 지난 2020년 정부가 상법 개정을 통해 주주제안권의 문턱이 낮아진 상황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에 주주 제안들이 과도하게 많아졌다는 것이 상장사들의 진단이다.
상장사 입장에서 밸류업을 하기 위해 공시 의무와 주주제안 증가로 인한 부담은 커지는데 당근은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면 국내 증시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떠날 수 있다. 이는 아직 증시에 진입하는 비상장사들이 등을 돌리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해외 상장을 통한 기업공개(IPO)의 국외 유출 규모가 커지면 이는 밸류업 정책의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
결국 기업들에게 더 큰 당근이 주어져야만 밸류업 정책의 성공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가능할 것이다. 모든 정책과 제도는 시행 첫 해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서 밸류업의 성패는 올 하반기에 결정될 수도 있다. 정부는 추가적인 지원책을 발굴하고 국회도 입법을 통해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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