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김건희 여사 문자의 ‘읽씹'(읽고 무시) 논란이 불거지며 혼전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내 ‘친윤'(친윤석열)·’친한'(친한동훈) 세력이 ‘당무 개입’, ‘해당 행위’라며 강하게 충돌하는 가운데, 원외 당협위원장 상당수가 ‘한동훈 사퇴’를 기치로 뭉치고 있다. 이들 중 대다수는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인물들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오후부터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등 4명의 당대표 후보는 격일로 전국을 돌며 합동토론회를 진행한다. 원 후보와 한 후보는 전날까지 김 여사의 문자 논란을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설전을 벌였는데, 얼굴을 마주하고 본격적인 난타전에 돌입할 전망이다.
전날 원 후보는 한 후보가 김 여사의 문자를 일종의 당무 개입이라고 비판한 것을 두고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위해 대통령실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는 행태는 당을 분열시키고 대통령을 흔드는 해당 행위”라며 “이런 분이 당대표가 되면 당과 대통령과의 관계는 회복 불능이 되고 당은 사분오열 될 것이 불보듯 뻔하고, 우리는 민주당의 탄핵 공세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외 인사들 사이에서 ‘한동훈 사퇴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논란이 총선 패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평가가 작용한 결과다. 전날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한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고, 기자회견을 추진하다 당일 취소한 바 있다. ‘제2의 연판장 사태’라는 비판이 거센 탓이다.
정광재 한동훈 캠프 대변인은 “연판장 100장을 만들어도 미래를 향해 나아가라는 당원 동지와 국민의 변화를 막을 수 없다”며 “이런 행태가 이번 전당대회의 판을 바꿔보려는 특정 후보의 의중이 담기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라고 힘을 실었다.
대통령실 또한 이례적으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뉴스1에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과정에서 일체의 개입과 간여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전당대회 모든 주요 이슈에 대해 일절 함구해 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총선을 전후로 참모들에게 당무에 관여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안팎에서 배신자 프레임을 통한 ‘한동훈 찍어내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그 배후에 윤 대통령이 있다는 의혹까지 대두되자 대통령실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친윤-친한 간의 묵은 계파 갈등이 김 여사 문자 읽씹 논란에 도화선을 당겼다는 해석도 지배적이다. 전당대회가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로 흐르고 있어, 지난 3월 나경원 후보를 물러나게 한 ‘연판장 사태’를 재현해 한 후보의 당선을 막겠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친윤계 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리며 나 후보의 사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다만 김 여사 문자를 두고 전당대회가 진흙탕 싸움으로 흘러가는데 대한 자성 목소리도 힘을 받는 모양새다. 윤상현 후보는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당정갈등은 공멸의 길이다. 각 후보들이 끝은 화합으로 가야하는만큼 적절히 양측의 자제를 촉구하려고 한다”며 “이번 전당대회는 정말 총선 참패 이후 우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비전·정책을 선보이는 전당대회가 돼야지 계파·줄세우기 이런 구태의연한 행태가 되어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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