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규 경전철 등 교통소외지역을 잇는 철도사업 대부분이 낮은 공사비와 사업성 부족에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8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위례신사선 우선협상대상자인 GS건설 컨소시엄(강남메트로)은 “서울시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위례신사선) 사업을 포기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서울시는 올 하반기 위례신사선 우선협상대상자를 재지정할 예정이다. 여의치 않으면 재정사업 전환까지 추진한다. 재정사업 전환이 추진되면 최소 3년가량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총선 당시 교통 개선 공약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관심을 받은 서부선과 강북횡단선 등도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서부선(새절역~서울대입구역)은 서울시와 민간투자회사인 두산건설 컨소시엄이 공사비 인상분 차액을 두고 이견 좁히지 못해 착공 시기가 불투명하다.
강북횡단선(목동역~청량리역)은 지난달 5일 기획재정부 제4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예비타당성조사 심의에서 탈락했다. 산악 구간 등을 통과하는 노선 특성상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투입되는 반면 수요는 적게 예측돼 경제적 타당성이 낮다는 것이 탈락 이유로 꼽혔다.
해당 노선들은 서울 서북권, 위례 등 지하철역이 부족해 교통 소외지역으로 꼽히는 지역을 지나는 노선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사업성이 낮고, 최근 급격히 오른 공사비용에 비해 낮게 책정된 공사비에 건설사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우선 공사비가 일반적으로 낮게 책정돼 건설사들이 나서기 쉽지 않다”며 “특히 경전철 사업은 민자 운영까지 사업에 포함돼 시공사가 운영해 수익을 보장받거나 직접 수익을 내야 하는 구조다. 그러나 경전철은 운영해도 수익을 내기 어려울 정도로 사업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정사업 전환 등을 통해 공사비를 맞춘다고 해도 사업성 문제로 선뜻 나서는 건설사가 많지 않을 것 같다. 철도 사업들이 사업성이 좋았다면 이미 건설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나섰을 것”이라며 “특히 재정사업으로 전환하게 되면 그 금액이 커서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는 문제도 있다”고 했다.
철도사업이 완공될 경우 역세권 지역의 집값 상승 동력을 기대할 수 있지만 사업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의 투자 전망도 어두워졌다. 전문가들은 사업이 진행되더라도, 속도가 더뎌 해당 지역들의 집값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기본적으로 집값은 도심 접근성, 특히 서울에서는 강남 접근성이 중요한데 위례신사선 등은 개통되면 강남 접근성이 좋아져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아직 진전이 없어 철도사업의 수혜를 기대하고 있는 지역들의 집값은 큰 변화 없거나 고전할 것”이라고 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위례신도시는 위치가 좋지만 아직 교통이 좋다고 보기는 어려운 지역이고, 서부선이 지날 예정인 서울 서북권도 경전철이 개통된다면 분명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사업이 진행돼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아직 착공 시기조차 불투명해 한동안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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