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수조 원을 투자해 AI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세계 주요국이 AI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사활을 거는 상황이지만 국내에서는 정부의 AI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AI)위원회가 이달 출범한다.
정부는 과학기술정부통신부가 운영해온 AI전략최고위협의회를 국가 AI위원회로 격상해 AI 국가전략을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AI업계는 ‘기대 반 우려 반’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AI업계 관계자는 “국가 AI위원회로 격상되면서 정부가 AI 산업에 대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출범 이후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AI 산업은 6개월만 지나도 산업이 걷잡을 수 없이 바뀐다.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육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정부 차원의 지원 없이는 AI 산업이 성장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AI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AI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 사업은 잘게 쪼개서 나왔다”며 “이 정도의 지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캐나다는 총리실에서 AI 기업에 몇 천억 원씩 꽂아주고 프랑스도 마크롱 대통령이 나서서 자국 AI 기업을 홍보하고 일본도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AI 기업에 수조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설립된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은 프랑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단숨에 글로벌 AI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스트랄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의 천재’라고 추켜세우며 글로벌 시장에 자국 기업을 알릴 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공공 데이터를 개방하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낌없이 받으며 성장해 유럽의 오픈AI 대항마로 불리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과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6억 유로(약 8874억2400만 원)를 투자받기도 했다. 정부의 지원 없이는 이 같은 성장이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못했으리라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캐나다 정부는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24억 캐나다 달러(약2조4365억 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전체 예산의 80%인 20억 달러(약 2조 원)는 컴퓨터 및 기술 인프라에 투자하고 2억 달러(약 2000억 원)은 AI 스타트업에 투자해 의료·농업 및 제조 부문 기술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AI 시장에서 뒤처진 일본 정부도 지난해 소프트뱅크가 추진한 생성형 AI 사업에 53억 엔(약 463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한 데 이어 올해 소프트뱅크의 AI 개발을 위한 슈퍼컴퓨터 구축에 421억 엔(약 3679억 원)을 지원했다. 소프트뱅크가 2025년까지 약 1500억 엔(1조3109억 원)을 투입해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일본 AI 생태계를 육성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른 AI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한국이 민간 분야에서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지만 일본이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얼마나 빨리 성장할 수 있는지 가늠하기가 어렵다”며 “일본은 AI 시장 규모도 데이터 규모도 훨씬 크기 때문에 1:1로 붙었을 때 한국에 비해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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