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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로] 도요타의 위기 반면교사 삼아야

이투데이 조회수  

대규모 부정 적발에 기업문화 추락
효율 우선주의가 품질소홀 초래해
반사익 기대말고 소통점검 계기로


세계 1위의 완성차기업인 도요타 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회장이 지난 1월 말에 이어 반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90도로 허리를 굽혀 사과하는 일이 생겼다. 품질인증과 관련한 대규모 부정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일본의 재계는 자동차 생태계는 물론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일본 경제에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요타의 부정행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에는 상용차 자회사인 히노 자동차가 20년 동안 배기가스와 연비 데이터를 조작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또 지난해 말엔 경차 전문 자회사 다이하쓰 공업에서, 올해 초엔 디젤엔진을 납품하는 도요타 자동직기에서 인증부정이 발각됐다. 특히 다이하쓰는 1989년부터 무려 34년간 174건의 부정을 저지른 것이 확인됐다. 일본 산업계에서는 도요타 일부 자회사의 일탈로 치부하고 싶었겠지만, 오히려 이번 발표로 도요타 본사를 비롯해 일본 자동차업계 전체에 부정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앞서 일본 국토교통성은 6월 3일 도요타를 비롯해 혼다, 마쓰다, 스즈키 등 5개 회사의 38개 차량 모델에서 성능시험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문제가 된 차량은 과거에 생산된 것과 지금 생산 중인 것을 합쳐 500만 대가 넘는다. 산업계에선 출고정지에 따른 도요타 등의 감산규모가 2개월간 2만~3만 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도요타계열 다이하쓰 공업의 인증부정에 따른 차량생산 중단은 1~3월 일본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의 자동차 생산은 전체 제조업의 20%를 차지한다. 주요 완성차 업체 8곳의 부품사는 5만 9193개, 종사자는 550만 명이 넘기 때문이다. 생산 중단이 길어지면 회복세의 일본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2020년 세계 자동차판매 1위로 복귀한 도요타 자동차의 경쟁력 원천은 효율 우선의 기업문화였다. 가이젠(改善)으로 불리는 제조효율화, 여기에 재고 없이 필요한 만큼 그때그때 조달하는 적시생산(Just in Time)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효율 만능의 기업문화에 가장 큰 피해자는 품질이 됐다. 특히 지나치게 짧은 개발 일정과 엄격한 상명하복(上命下服)의 문화가 결합하면서 성능조사와 관련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데이터는 조작되는 부정행위가 반복됐다.

회사의 경영전략도 화를 키웠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경쟁업체들과는 달리 도요타는 ‘멀티 패스웨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가솔린차,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에 모두 힘을 싣는 전방위 전략을 버리지 않았다. 차량의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크게 증가한 인증항목은 현장에 큰 부담이 됐다. 그사이 현장제일주의라는 항목은 어느새 소홀해지고 지상명령이 된 경영전략이 기업문화의 주류를 차지해 버렸다.

반복되는 인증조작 사건으로 창업주 증손자인 도요다 회장의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회장 연임에 반대를 권고했다. 또 다른 의결권행사 자문사인 글래스 루이스도 이사회가 독립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도요다 회장의 연임에 반대했다. 양대 의결권 자문사가 한목소리로 도요다 회장의 연임에 반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6월 18일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도요다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으나 최고경영자로서의 권위는 크게 손상됐다.

필자의 기억 속에 있는 도요타 자동차는 최고의 이미지였다. 지금 회장의 아버지인 도요다 쇼이치로(豊田章一郞) 회장과는 게이단렌(經團連) 회장 재직 시 여러 번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필자의 저서 ‘사람이 기업을 만들고, 기업은 세계를 만든다’를 전달하자 도요타 자동차 부분을 찾아 무엇이 쓰여 있는지 설명해 달라고도 했다. 한·일 재계회의에 참석해서는 정세영 당시 현대자동차 회장의 협력확대 제안에 항상 긍정적으로 답변해서 한·일 경제협력의 초석을 놓기도 했다. 세계 1위로서의 여유와 품격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한국자동차업계는 도요타의 위기에 반사이익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의 기업문화 전반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소통의 부족과 비전 공유의 실패는 기업문화의 추락으로 손쉽게 이어진다는 것을 도요타 자동차가 뼈저리게 가르쳐줬기 때문이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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