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10곳 중 7곳은 K-ICS 비율 하락
할인율 산출 기준 바뀌며 가용자본 감소
KDB생명·하나손보·MG손보 권고치 하회
“기준 금리 인하 시 추가 하락 불가피해”
금융당국이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감안해 금융사들에게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보험업계 건전성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보험사 10곳 중 7곳 이상은 전년 말 대비 지급여력(K-ICS) 비율이 하락한 데다 일부 중소 보험사의 경우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밑도는 실정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22곳 중 17곳의 건전성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사도 19곳 중 13곳이 K-ICS 비율 하락을 겪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할인율 산출기준을 개선하면서 이를 적용하다 보니 가용자본이 감소해 K-ICS 비율이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모습이다.
K-ICS 비율은 소비자가 보험을 한꺼번에 해약할 경우를 대비해 보험사가 제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자산은 시가로, 부채는 원가로 평가했던 구 지급여력제도인 RBC와 달리 지난해부터 도입된 K-ICS는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로 평가한다. 부채가 금리 등 여러 외부 요인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게 된 만큼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초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경과조치를 마련했다. 보험사가 신청한다면 △자산·부채 시가평가에 따른 가용자본의 감소 △신규 보험위험 측정 △주식·금리위험 측정기준 강화에 의한 요구자본 증가를 최대 10년간 점진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문제는 일부 중소보험사의 경우 이를 적용했음에도 금융감독원의 권고치인 150%에 미달했다는 것이다.
KDB생명은 전년 말(117.5%) 대비 11.6%포인트(p) 상승했지만 129.1%에 그쳤다. 하나손해보험은 지난해 말에는 153.0%로 권고치를 웃돌았지만, 올해 1분기 말 130.5%로 하락했다. 특히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예금보험공사로부터 경영관리를 받고 있는 MG손해보험은 52.4%에 불과했다. 전년 말(76.9%)에 비해 24.5% 떨어지며 보험업법상 최소 기준치인 100%에도 턱없이 모자랐다.
그간 금융당국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해외 대체투자 부실, 금리 변동성 등 아직 금융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다며,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중요시했다. 5월 보험개혁회의 출범 당시에도 회의 참석자들이 “보험산업이 민원다발 금융업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단기 이익만 좇는 출혈경쟁을 벌여 소비자 보호와 건전성 관리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리 인하 시점을 예견하기 힘든 데다 K-ICS 도입 초반이라 계리적 가정변경 가능성도 있는 만큼 건전성 관리는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업계의 K-ICS 비율 하락은 지난해 금감원의 할인율 현실화 방안에 따라 예고됐다”면서도 “향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어 추가적인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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