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누나들’ 현대차 3女 사업정리 어떻게?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오너 여성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런데 3세 경영자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 회장 시대에 들어 정 회장 누나들이 각자 물려받은 계열사에서 조금씩 존재감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차그룹 지분은 ▲현대모비스 7.24% ▲현대차 5.39% ▲현대제철 11.81% ▲현대엔지니어링 4.68% 등이다. 경영 전면에서 물러난 2016년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규제 대응을 위해 현대글로비스·현대오토에버 지분을 처분했다.
그럼에도 정 명예회장은 아직 그룹 지배구조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현대차 지분을 가장 많이 들고 있다.
최근 경영권과 재산 등 승계 과정에서 가족간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는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이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다. 정 명예회장이 자녀들이 각각 이어갈 사업에 대한 교통정리를 해놨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은 슬하에 1남 3녀를 뒀다. 그룹 회장 자리는 2020년 막내 정의선 회장이 물려받았다. 정 회장은 2005년 기아 사장 시절부터 자동차 산업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했고, 최근까지 완성차 계열사 최대 실적을 이끌 정도로 경영능력을 대내외에 인정받고 있다. 정 명예회장이 보유한 핵심 계열사 지분 대부분도 정 회장이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게는 누나 3명이 있다. 정성이 이노션 고문,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사장 등이다. 각각 그룹내 광고, 금융, 호텔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해당 계열사에 대한 지분 정리도 마친 상황이다.
정성이 고문은 현대차그룹 광고사 이노션을 19년째 이끌고 있다. 정 고문은 이화여대 행정학과 졸업 직후 결혼해 20여년간 전업주부 생활을 했다.
2003년 아버지 정 명예회장 부름을 받고 해비치호텔앤리조트 이사로 40대 나이에 뒤늦게 경영에 참여했다. 2005년 설립한 이노션 준비 과정에도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고문은 공개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노션 설립 때부터 현재까지 고문직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그의 조용한 경영 스타일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노션 사내이사로서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하며 내실경영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 고문은 이노션 지분 17.6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015년 이노션이 상장하기 이전에는 지분율이 40%에 달했다. 이노션은 현대차·기아 의존도가 높다. 정 고문은 공정위 사익편취 규제에 벗어나기 위해 롯데그룹과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지분율을 낮췄다. 정의선 회장도 한때 40%에 이르던 이노션 지분율을 2%까지 낮춰 맏누나를 밀어줬다.
정 고문 아들 선동욱 씨와 사위 길성진 씨는 각각 이노션과 이노션 계열사에 근무하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둘째 정명이 사장은 2007년부터 현대커머셜 고문으로 있다가 2017년부터 현대커머셜 커머셜부문장 등 주요 직책을 맡으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정 사장 남편은 현대커머셜·현대카드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정태영닫기정태영기사 모아보기 부회장이다.
투자업계에서는 정명이·정태영 부부 계열 분리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 부부가 보유한 현대커미셜 지분은 37.5%(정명이 25%, 정태영 12.5%)다. 현대차(37.5%)와 동일하다. 지난 2008년과 2010년 기아·현대위아·현대모비스 등 관계사가 매각한 주식을 인수해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정태영 부회장이 성장시킨 현대카드에 대한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애플페이를 국내 최초 도입한 것을 비롯해 AI(인공지능)·데이터 비전을 제시하는 등 공격적 경영을 펼치고 있다. 현대커머셜은 2021년부터 현대카드 주식을 꾸준히 매입해 지분율을 34.62%까지 늘렸다. 최대 주주인 현대차(36.96%)와 기아(6.48%)는 재무담당자들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경영진을 견제·감독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금융 사업에 대한 의지가 없지는 않다. 지난 2021년 자동차금융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현대캐피탈을 직접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정태영 부회장과 정명이 사장이 현대캐피탈 요직에서 물러나며 교통 정리가 이뤄졌다.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사장은 지난해 말 회사 개인 최대주주에 올랐다. 어머니 이정화 여사가 참여한 호텔 사업을 물려받은 형태다.
정윤이 사장은 지난해 11월 정몽구·성이·명이 등 가족이 매도한 해비치호텔 주식을 사들이며 지분율을 3.87%에서 16.26%로 끌어올렸다. 2009년 이정화 여사가 별세하며 아버지·언니들과 나눠 갖고 있던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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