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일본의 한 의과대학이 모든 혈액형에 사용할 수 있는 인공 혈액을 개발했다. 상용화될 경우 수혈용 혈액 부족 현상을 해결하고 더 많은 응급 환자를 살릴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NHK·TBS 방송에 따르면 일본 나라현립 의과대학은 지난주 기자회견을 열고 혈액형을 불문하고 누구든지 수혈받을 수 있는 인공 혈액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임상시험에 돌입해 10년 안에 상용화하는 게 연구진의 목표다.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 혈액은 보라색을 띠는 액체로 혈액 내 산소 운반을 돕는 적혈구를 대신할 수 있다. 헌혈로 모은 혈액 중 1개월의 보존기간이 지난 것에서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만 추출해 캡슐 형태의 인공 막으로 감쌌다.
모든 혈액형에 사용 가능하며 실제 혈액과 달리 상온에서 2년간 보관할 수 있어서 경제적이다. 연구를 이끈 사카이 히로미 교수는 “헤모글로빈 생성 과정에서 적혈구만 제거했기 때문에 혈액형 항원이 없다”며 “인류 건강과 복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내년부터 보라색 인공 혈액을 건강한 사람 16명에게 수혈해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후 투여 대상자 수를 점차 늘려 10년 이내에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전문가들은 인공 혈액이 의료 현장에서 쓰이면 저출산·고령화로 젊은 층의 헌혈 횟수가 감소한 상황에서 부족한 혈액 제제(사람의 혈액을 원료로 해 생산하는 의약품)를 벌충하고 유효 기간 만료로 폐기되는 혈액 제제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일본 적십자사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20~30대 젊은 층의 헌혈은 지난 10년간 약 30% 가까이 줄어 들었다. 헌혈에는 연령 제한이 있기 때문에 저출산·고령화가 더 진행되면 혈액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나라현 적십자 혈액 센터 헌혈 추진과의 다이토 유이치 계장은 NHK에 “저출산 고령화에 의해 장래 의료기관에 안정적으로 혈액 제제를 전달할 수 없게 돼 일본의 수혈 의료가 성립하지 않게 되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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