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8~11일 미국 순방에서 돌아온 후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 주도로 국회를 통과해 7일 정부로 이송된 해병대원 특검법은 보름 내인 22일까지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국무회의는 매주 화요일 열리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순방 뒤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16일 정기 국무회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검법은 지난해 7월19일 해병대 채모 상병이 수해 현장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해병대수사단이 조사해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대통령실은 특검 추천권을 야당에 부여한 특검법이 대통령의 공무원 임명권을 침해하며 삼권분립에 어긋나는 위헌적 법안이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4일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직후 “헌정사에 부끄러운 헌법유린을 개탄한다”며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법안을 넘겨 받은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 시한(15일 이내)인 오는 20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지만, 실제 행사는 서두르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과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 결과 등을 두루 고려하겠다는 기류다.
대통령실은 순방 중 거부권을 행사하면 순방 성과가 가려질 것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뉴스1에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무회의는 통상 매주 화요일 열리기 때문에 만일 윤 대통령이 순방 뒤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16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도 주목된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북경찰청은 8일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로 구성된 경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는 피의자 9명 중 6명에 대한 혐의를 인정해 송치하라는 의견을 냈다. 다만 심의위는 임성근 전 해병1사단장과 하급 간부 2명에 대해선 불송치 의견을 냈다.
오는 19일 채 상병 순직 1주기라는 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야당은 1주기 전 재의결을 벼르고 있다. 또 법적 검토기간을 모두 채우지 않은 채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충분히 숙고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국회로 다시 돌아온 특검법이 폐기되지 않으려면 재적 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진보당·새로운미래 등 범야권을 합치면 192석으로, 재의결 정족수(200명)를 넘기려면 여당에서 최소한 8명이 찬성해야 한다. 야당은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이후 재의결을 진행한다면, 여당 내부 분열로 인한 이탈표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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