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중인 차가 인도를 걷고 있는 보행자를 들이받는 사고가 반복되면서 시민들의 우려와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사상자 16명을 낸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3일엔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로 택시가 돌진해 3명이 다쳤고, 5일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음주운전자가 폐지 수거용 삼륜차를 들이받았고 삼륜차가 인도를 덮치며 보행자 2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시청역 역주행 사고 전후에도 운전자가 인도를 침범해 보행자를 덮치는 사고가 비일비재하자 시민사회에서는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통계(3일 기준)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보행자 교통사고는 19만3883건 발생했다. 사망자와 부상자는 각각 5232명과 19만6127명에 달한다.
우선 시청역 역주행 사고 당시 제 기능을 못했던 가드레일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청역 사고 당시 인도에는 철제 가드레일이 있었지만 차량 충돌을 대비한 차량용이 아닌 보행자용이라 엄청난 속도로 달려드는 차를 막기엔 속수무책이었다.
통상 차량용 울타리는 정상경로를 벗어난 차량이 인도 등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주로 경사가 심하거나 터널 인근처럼 사고 위험이 높은 곳에 세우는 게 일반적이다.
서울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울타리 성능을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2일 서울시청 청사운영팀장 김모씨 빈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사고 현장에 가보니 가드레일이 많이 손상됐다”며 “어떤 점을 보완해야 불측의 교통사고 발생 시 인명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을지 점검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가드레일 외에도 차량 출입을 막기 위한 경계석·볼라드(길말뚝)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개장 초기 택시가 광장 안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안전 대책으로 높이 25㎝ 경계석을 세우고 경계석 안쪽에 길이 1.8m짜리 석재 화분을 배치하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 각지에서는 광장을 비롯한 다중 운집 공간에 방어벽과 구조물을 세우는 등 안전물 설치를 강화하고 있다. 주로 차량을 이용한 테러가 잇따른 데 대한 대응책이다.
아예 미국 라스베이거스시는 500만 달러(약 69억원)를 들여 6.8t 무게 차량이 시속 80㎞로 돌진해도 견딜 수 있는 볼라드 700여 개를 설치해 보행자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
아울러 교통신호 체계를 개선해 야간이나 초행길에 발생하는 교통사고 건수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022년 도로교통공단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협업해 시범적으로 ‘고령 방문자 수 상위 요양기관’ 주변 교차로 152개소를 대상지로 선정하고 보행 안전을 위한 신호 체계를 개선한 바 있다.
주봉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구조연구본부 수석연구원은 “보도에 설치하는 방호울타리 종류를 보도용, 어린이보호구역용, 도로 횡단 방지용, 난간 등으로 세분화해 차량 방호 성능이 고려된 방호울타리와 보도 이탈 방지를 위한 울타리·난간으로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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