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경고’에도 빚 잔치…전세대출 DSR 확대 ‘만지작’
금감당국, 全대출 대상 DSR 산정 주문…”단순 정보수집용”
“도입 시 서민·실수요자 우선 고려해야…피해 없도록 최선”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3개월전부터 꿈틀대던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이달 들어 단 나흘만에 2조 원 넘게 불어난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데다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커졌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가계대출 확대 우려에 ‘경고장’을 잇달아 날리고 있지만 증가세를 잡기에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범위를 전세대출에도 확대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총 710조7558억 원으로 집계됐다. 6월 말(708조5723억 원)과 비교해 4영업일 만에 2조1835억 원이나 늘었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감소세를 보였으나 4월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4월 말 기준 5조1000억 원 늘었던 가계대출은 5월 말에는 5조2278억 원으로 증가세가 확대됐고 6월 말에는 5조3415억 원 급증했다. 이는 2021년 7월(+6조2000억 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크게 증가한 수치다.
가계대출 중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이 552조1526억 원에서 552조9913억 원으로 8387억 원 불어났다. 최근 주택 거래 회복과 함께 수요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감소했던 신용대출도 이달(102조7781억 원→103조8660억 원)에는 나흘 만에 1조879억 원 증가했다.
이같은 가파른 가계대출 증가세에 금융당국은 은행 등을 중심으로 현장점검에 나서며 조치에 들어간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점검 결과 드러난 지적 사항에는 엄중 조치하겠다고 경고에도 나섰다.
하지만 이미 흐름을 탄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에 DSR 규제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원회는 이미 연초 발표한 ‘올해 주요 업무 추진 계획’에 전세대출에 대한 DSR 도입 방안을 담은 바 있다.
또 금융감독원은 최근 DSR 규제에서 제외됐던 전세대출이나 정책 모기지 등 모든 대출을 포함해 DSR을 산정하라고 은행권에 주문한 상황이다. 은행권은 금감원과 새로운 DSR 산정 방식과 시스템 구축 등을 위한 실무 협의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도입 시기와 적용 범위 등 구체적인 내용을 어떻게 확정할 지에 대한 문제일 뿐 업무 추진 계획에 따른 전세대출에 대한 DSR 도입은 금융당국 내에서는 확정된 내용”이라며 “다만 가계 대출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대출 규모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DSR과 관련한 새로운 산정 방식에 따른 결과치를 주의깊게 살펴볼 계획”이라면서 “이는 전세대출 DSR 도입 등 중ㆍ장기적인 정책적인 판단의때 근거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전세대출 DSR 적용으로 실수요자와 서민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 당국도 이를 고려해 유주택자의 전세대출 가운데 이자상환분으로 그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등 단계적인 정책 추진을 고려하고 있다.
김현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대출 DSR 적용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정부가 신중한 입장을 취했던 것은 서민 주거 안정 지원 측면을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면서 “서민 주거 비용 인상을 초래할 경우 부정이 커질 수 있어 신중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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