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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 확장’ 힘써온 이커머스업계…‘쿠팡 과징금’에 속도 조절하나

이투데이 조회수  

중간 유통 단계 단축…마진율 높여 수익성 증대 효과

사진제공=쿠팡쿠팡 ‘로켓배송’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C커머스의 기세가 여전한 가운데 이에 맞서는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이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앞세워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자사 채널에서만 판매하는 제품을 통해 충성 고객을 만들 수 있는 데다, 중간 유통 단계를 단축해 수익률도 높일 수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소위 ‘PB 밀어주기’ 의혹으로 과징금을 받으면서 PB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쿠팡, 곰곰ㆍ탐사 등 총 31개 PB 갖춰

7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이커머스 쿠팡은 현재 PB 전담 자회사 ‘씨피엘비(CPLB)’를 통해 ‘곰곰(식품)’, ‘탐사(생수·음료)’, ‘코멧(리빙)’ 등 총 31개 PB를 갖고 있다. 생활가전 제품부터 의류, 미용·건강 용품 등 상품군도 다양하다. 특히 쿠팡 자체 데이터 기술력을 활용, 이용 고객들이 남긴 수천만 개가 넘는 상품평, 구매패턴 등을 분석해 소비자 니즈에 맞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쿠팡은 중소 제조사와 ‘윈윈’ 구조도 만들어내고 있다. CPLB와 협력하는 중소 제조사 수도 지난해 말 기준 550곳을 넘어서며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2019년 말 160여 곳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쿠팡 관계자는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높은 품질의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기 위해 식품, 뷰티, 패션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PB 상품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벽배송전문 이커머스 컬리도 PB를 확대하며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주력 상품군인 식품은 물론 비식품 부문에서도 주방용품과 가전제품 등 PB 상품을 확대했다. 컬리는 2020년 4월 첫선을 보인 신선식품 중심의 KF365(컬리프레시 365)와 비식품 라인 KS365(컬리세이프365)를 비롯해 현재 20개 PB를 보유 중이다. 컬리는 론칭 초기 약 100여 개였던 KF365, KS365의 상품 수를 4월 기준 약 250여 개로 늘리며 차별화 상품에 공들이고 있다. 모든 상품을 9900원에 파는 PB ‘99시리즈’는 가성비를 앞세워 출시 1년 4개월 만에 판매량 90만 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티메파크 등 큐텐 계열사도 PB로 ‘차별화 상품’ 박차

사진제공=인터파크쇼핑3월 26일 열린 인터파크쇼핑 사내 PB 설명회 모습.

큐텐그룹의 계열사 티몬·위메프·인터파크쇼핑(티메파크)도 올해 들어 ‘통합 PB’를 출시하며 시너지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 이들 업체는 기존에 각 계열사별로 운영하던 PB 사업을 인터파크쇼핑 주도로 상품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인터파크쇼핑이 큐텐그룹 전체의 PB상품을 개발, 티몬과 위메프 각 플랫폼별로 특화된 PB 상품을 공급해주는 방식이다.

인터파크쇼핑은 생활용품에서 시작해 기능성 화장품, 건강기능식품으로 상품군을 확대하고 상반기 내로 10여 종의 신규 PB들을 출시할 계획이다. 또 큐텐의 해외 채널들과 연계해 글로벌 쇼핑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 ‘인팍쇼핑’을 통해 글로벌 판매 확장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처럼 이커머스 업체들이 PB 상품 강화에 힘을 쏟는 것은 ‘차별화 상품’을 통한 충성 고객 확보하는 동시에 수익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PB 상품은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까지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브랜드 사용비, 유통비 등이 없어 이익률이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경쟁력 있는 PB 제품을 통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여 매출 신장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쿠팡의 경우 PB 제품 인기에 힘입어 CPLB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조6436억 원으로 21.1% 증가했다. 작년 영업이익(1143억 원)과 당기순이익(1192억 원)은 전년보다 각각 58.1%, 92.6% 늘었다. 컬리는 2023년도 단일 상품 판매량 TOP10 중 8개가 컬리 PB 상품이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컬리몰의 ‘베스트’ 카테고리에서도 판매량 기준 TOP10에서 6개가 PB 상품이다. 인터파크쇼핑 PB 상품의 올 3월 거래액은 지난해 8월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공정위, 쿠팡 PB 몰아주기에 역대급 과징금…업계 “시장 위축 불가피”

하지만 이와 같은 이커머스업계의 PB 매출 상승세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찬물을 끼얹었다. 공정위는 지난달 13일 쿠팡이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 후기 등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품의 검색 순위를 띄웠다는 의혹 관련 혐의를 인정해 ‘과징금 1400억 원’을 부과했다. 공정거래법 위반(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 혐의를 적용하고 쿠팡 법인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이번 공정위의 과징금 액수(1400억원)는 지난 2022년 1월 운영체제 강요 혐의를 받은 구글에 2249억원 과징금을 부과한 이후 2년5개월 만의 최고금액이다.

이와 관련 쿠팡은 “알고리즘 조작이 아니다”란 입장을 고수하는 한편 임직원의 제품 후기 작성도, 제품에 대한 정보 제공 목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커머스업계에서는 “과도한 PB 밀어주기 행태가 결국 공정위 과징금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번 쿠팡 사태가 PB 확장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PB는 자체적으로 상품 기획부터 개발, 생산, 판매까지 일원화하는 만큼 중간 유통 단계를 줄여 저렴한 가격에 경쟁력 있는 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며 “여러 이점이 많은 PB 상품이 최근 공정위 과징금 규제로 인해 혹여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소비자로선 최근 고물가 상황에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이점이 있고, 업체로선 유통 단계를 줄여 마진율이 높아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되는 게 PB”라면서도 “국내 대형 이커머스에 대한 공정위의 PB 규제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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