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기 직장인 삼성전자마저 40대 이상 임직원 비중이 30%를 넘어서는 등 제조업계가 젊은 피 수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실이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에 그치지 않고 이들 산업에 뿌리 내린 첨단 산업까지 고사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삼성전자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전체 임직원 중 40대 이상 비중은 30.4%(8만 1461명)로 30%를 돌파했다. 2020년 20%를 넘어선 이후 3년 만에 약 10%포인트나 뛴 셈이다. 2019년 12만 4442명에 달했던 20대 직원 수는 지난해 7만 2525명으로 8만명 선이 붕괴됐다.
조선·철강 등 전통 중공업 부문은 사정이 더 처참하다. 10여년 만에 호황기를 맞았다는 조선업계에서도 청년 세대의 열기는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굵직한 계약을 따도 막상 현장에서는 동남아 등 해외 근로자들이 빈자리를 메워주지 못할 경우 제대로 사업을 완수해내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나마도 해외 인력으로 당장 구멍을 메우는 부문과 달리 미래를 담보할 소프트웨어 설계 등 연구 부문은 젊은 피 수혈이 더 어렵다.
제조업이 고사하는 사이 청년들의 시선은 갈수록 정보기술(IT) 대기업이나 글로벌 빅테크로 향한다. 높은 근무 강도에도 불구하고 조선 3사의 평균 연봉은 4800만~5400만 수준에 그치지만 당근마켓, 쿠팡, 네이버 등 대표 IT 기업들의 개발자 초봉은 이를 크게 웃돈다. 직원 복지, 휴가 제도 등도 자유롭고 친화적이다. 애플, 엔비디아 같은 빅테크들도 많게는 석박사급 인재에게 30만~40만 달러(약 4억 2000만~5억 5000만 원)에 이르는 처우로 국내 인력을 유혹하고 있다.
전통 제조업의 고령화가 자칫 국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붕괴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도 나온다. 기계, 철강, 화학 등 중공업 경쟁력은 결국 국가 전략 산업인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항공우주, 신재생 에너지 등 미래 산업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강력한 후방 산업 기술력은 국가 기술 자립도나 공급망 안정화에 필수적인 것은 물론 반도체, 해양 플랜트 산업과 같은 전략 산업의 경쟁력도 결국 후방산업의 안정성에서 연유한다”고 설명했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