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대장주, 거침없이 질주
━
반도체 대장주들의 주가 상승세는 올 들어 두드러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올해 1월31일 13만4700원에서 이달 4일 23만원으로 1.7배(70.7%) 상승했다. 지난달 14일에는 장중 24만43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7만2700원에서 8만4600원으로 1.2배(16.4%) 오르며 8만전자에 안착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은 반도체 수요 증가와 맞닿아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과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 AI 서버 출하량 증가 등 AI 관련 전방 산업 회복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며 관련 분야 사업을 영위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수혜를 입고 있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최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HBM은 AI반도체의 구동을 돕는 핵심부품이다.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고성능 제품이다.
많이 쌓을수록 데이터 저장 용량이 크고 처리 속도도 빠르다. 글로벌 시장에서 HBM을 생산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사다.
HBM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으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53%, 35%로 이들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88%다. HBM 최대 수요처는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미국 최대 AI 반도체 기업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80%를, AI 모델 개발에 필수적인 종합 반도체 AI 가속기 시장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는 자체 개발한 그래픽처리장치(GPU)에 HBM을 붙여 AI 가속기를 만든다. SK하이닉스는 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엔비디아에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올해 3월부터는 5세대인 HBM3E 8단 제품을 양산해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 가운데 HBM 매출 비중이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도 추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공급 규모를 전년 대비 3배 늘리고 내년에도 2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HBM3E 8단·12단 제품은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받고 있다.
━
SK하이닉스·삼성전자, 주가 향방은?
━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 향방은 이제 시장이 열리는 HBM3E 12단 제품에서 날 가능성이 있다.
SK하이닉스는 12단 제품 양산 시점을 3분기로 앞당기면서 이 시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삼성전자도 올해 2월 12단 제품을 가장 먼저 개발한 뒤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 통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공급 규모를 전년 대비 3배 늘리고 내년에도 2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도 밝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미국의 마이크론이 시장 컨센서스(전망치)를 상회하는 ‘깜짝 실적’을 내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올 2분기 실적 기대감은 커진 상황이다.
우선 SK하이닉스는 2분기 수익이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는 SK하이닉스 올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에 대해 4조7610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손실 2조8821억원) 대비 7조원 이상의 수익 개선을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 74조원, 영업이익 10조4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5일 밝혔다. 이는 시장예상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3.3%, 영업이익은 1452.2% 증가했다.
증권업계도 하반기 반도체 시장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외국계 증권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지난달 28일 SK하이닉스에 대해 “HBM3E 수요 증가와 eSSD 수요 증가로 2분기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좋은 5조7000억 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실적 상향 조정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35만 원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기존 목표주가는 31만원이었다. 같은 달 18일엔 한화투자증권이 SK하이닉스에 대한 목표가를 기존 21만원에서 28만원으로 상향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후발주자들의 HBM3E 시장 침투가 예상과 달리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HBM 시장 선두업체로서의 경쟁우위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목표주가는 12만원까지 나왔다. 지난달 21일 KB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해 하반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12만원을 유지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북미 고객사의 HBM 품질 승인은 시간문제일 뿐 방향성 측면에서 3분기 이후 공급 가시성은 뚜렷하고 하반기부터 범용 디램 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가 커진다”며 “삼성전자는 non-HBM인 범용 디램 수익성 개선이 하반기 실적 개선을 주도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