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이 대만 TSMC의 2나노 파운드리 시설 투자 확대로 극자외선(EUV) 시스템 공급을 늘리며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ASML이 TSMC에 신형 ‘하이NA’ EUV 장비 공급을 시작하는 시점이 중장기 실적과 주가에 가장 큰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5일 투자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ASML이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핵심 수혜 기업으로 떠오르며 시장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ASML은 7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 제조에 필수로 쓰이는 EUV 장비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TSMC와 삼성전자, 인텔 등 상위 파운드리 업체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배런스는 이 가운데 TSMC의 파운드리 사업 전략이 ASML 실적 및 주가에 가장 큰 변수라고 바라봤다. TSMC가 인공지능 반도체 위탁생산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SML의 신형 장비인 하이NA EUV 시스템을 TSMC에서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는 시점이 향후 성장에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하이NA EUV는 2나노 미만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에 특화한 기술이다. 인텔은 올해 초 이미 미국 공장에 해당 장비를 최초로 반입해 연구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1대당 가격이 3억5천만 유로(약 5214억 원)로 기존 EUV 장비의 두 배 수준에 가까워 ASML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가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ASML이 TSMC의 하이NA EUV 장비 주문을 확보해야만 성과를 확신할 수 있다.
ASML은 최근 주주행사에서 올해 안에 TSMC의 첫 하이NA 장비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반도체 대량 생산에 활용될 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TSMC는 내년 양산하는 2나노 및 2026년 상용화하는 1.6나노 공정을 모두 기존의 EUV 장비로 구현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2027년 도입이 예정된 1.4나노 공정도 하이NA EUV 장비를 활용할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하다. ASML의 실적 전망과 주가가 TSMC의 사업 전략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배런스는 “TSMC는 높은 가격을 이유로 ASML의 하이NA 장비 도입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반면 ASML은 TSMC의 신형 장비 도입에 긍정적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증권사 UBS는 ASML의 1분기 실적이 부진한 수준에 그쳐 2분기 실적에도 증권가의 추정치가 다소 낮아졌다고 전했다. 장비 수주 성과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다만 중장기 관점에서 보면 ASML이 TSMC의 시설 투자 확대에 충분한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TSMC가 내년부터 양산하는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설비 투자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ASML의 EUV 장비 수요도 전반적으로 늘어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경제일보를 비롯한 대만언론 보도와 UBS 보고서를 종합하면 TSMC의 내년 시설 투자 금액은 최대 370억 달러(약 51조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시작하기 전부터 애플과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의 수요가 몰리고 있어 초반부터 대규모 공급 체계를 갖춰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TSMC가 2나노 반도체 생산라인에 활용할 EUV 장비를 본격적으로 반입하기 시작한다면 ASML 실적도 큰 폭으로 증가할 계기를 맞게 될 수 있다.
UBS는 “TSMC의 올해와 내년 설비 투자 금액이 기존 계획보다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에 따라 ASML의 2분기 장비 수주 물량도 50억 유로(약 7조5천억 원)로 시장 평균 추정치인 46억 유로를 크게 뛰어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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