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서울시 시내 주택가를 운행하다 담벼락을 들이받은 택시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페달 블랙박스 영상 확인 결과 ‘가속 페달’만 밟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내용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올해 2월 유럽연합 유엔 경제 위원회(NECE, United Nations Economic Commission for Europe) 주관 분과 회의에서 발표한 자료를 통해 공개됐다.
최근 서울 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도 자동차의 ‘급발진’과 고령운전자의 ‘오조작’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확인되지 않은 부정확한 정보가 나돌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사고 차종은 2018년형 제네시스 G80이다. 해당 차종은 긴급제동장치 문제로 리콜된 적이 없고 해당 연식 차종의 전방충돌방지보조 기능은 선택품목이다. 현재는 기본 탑재되고 있다.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운전자의 행동과 의도가 중요하다. 운전자가 한눈을 파는 등 전방 충돌 사고 예견 상황에 대응하지 못할 때 차 스스로 브레이크를 작동한다.
만약 가속페달을 일정 수준 이상 강하게 밟거나 운전대를 마구 움직이면 이 기능은 운전자가 위험 상황을 직접 회피하려는 것으로 판단,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급발진 사고는 브레이크등의 점등 여부가 결정적 판단 요인이다. 일부에서 제기한 ‘ECU 문제’로 인해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브레이크등은 페달의 스위치가 작동하는 구조다. 시동을 끈 뒤에도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등이 들어오는 이유다.
사고기록장치인 ‘EDR’은 사고 시점의 이전 5초 동안의 모든 주행 정보를 비휘발성 메모리에 저장하는 장치다. 만약 정보를 전달하는 제어기에 오류가 발생하면 EDR은 ‘고장’으로 기록하게 된다. 제어기가 파손됐을 때는 ‘유효하지 않은 데이터’라고 기록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NECE에서 발표한 내용처럼 운전자가 당황한 상황에 본인이 밟고 있는 페달이 ‘브레이크’라는 ‘확증편향’이 생기면 장시간 가속 페달을 밟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전문가는 “운전 경력보다 중요한 건 운전자 재교육”이라며 “버스, 택시 고령운전자의 자격유지 합격률은 99%에 달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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