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등 혐의 징역 2년 6개월…보석 취소하고 재구금
“부정청탁 등 위법한 방법…회사 이익 자녀들이 무단 향유”
KT ‘일감 몰아주기’ 의혹, 황 대표 개인 비위 수준으로 일단락
KT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특혜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황욱정 KDFS 대표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5일 특정경제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황 대표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황 대표에게 내렸던 보석 결정을 취소하고, 이날 재구금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공공적 성격을 갖는 KT로부터 사업을 수주받으면서 과거 인맥으로 알고 있던 이들에게 부정 청탁하고 법인카드로 금전적 이익을 제공했다”며 “다분히 위법적인 방법으로 매출을 올렸다”고 판시했다.
또 “황욱정이 대주주이기는 하나 주식회사를 개인사업체처럼 회사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며 “불법적으로 축적한 회사 이익은 자녀들이 무단으로 향유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 과정에서 증인의 진술을 왜곡하려 하고, 공판에 이르기까지 KDFS 매출 증대에만 초점을 맞춰 회사 이익을 위한 것이라 강변하고 있다”며 “진지한 반성이 없고 무엇이 잘못인지 여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황 대표의 일부 자문료, 특별성과급 지급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해 약 26억 원을 피해액으로 인정했다. 황 대표가 그 중 8억5000만 원을 변제한 점과 일부 범행을 자백한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황 대표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외부인들에게 허위 자문료와 법인카드 등을 제공하고, 자녀 2명을 KDFS 직원으로 등재시키는 등 회삿돈 48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8월 기소됐다.
또 KT 임원들에게 수천만 원의 금품을 제공하며 용역 물량을 늘려달라고 청탁하고, 시설관리 용역을 다른 업체로 불법 재하도급을 준 혐의도 받았다.
앞서 검찰은 KT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황 대표의 혐의를 포착했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발생한 수익 일부가 비자금으로 조성돼 KT그룹 전·현직 임원들에게 흘러 들어가는 등 그룹 차원의 ‘이권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는 게 당시 검찰의 시각이었다.
시설관리(FM) 업무를 담당하는 하청업체인 KDFS는 수익이 급격히 늘어나자 황 대표가 의혹의 ‘키맨’으로 꼽혔고, 여기에 구현모‧남중수 전 KT 대표 등이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검찰은 지난해 7월 두 전직 대표를 ‘윗선’으로 지목해 주거지·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이후 검찰은 올해 5월 구 전 대표를 소환한 뒤 일감 몰아주기에 관여한 바 없다고 결론 내렸다. 남 전 대표는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만 받고 실제 입건은 되지 않았다.
대신 KT 전·현직 임원 3명에게 건물관리 용역 물량을 늘려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배임증재)로 황 대표를 추가 기소했다.
결국 KT그룹 차원의 카르텔 구조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는 하청업체 대표의 경영권 분쟁과 법인카드 사적 사용 등이 드러난 수준에서 마무리된 셈이다.
앞서 재판부는 “원래 언론에 나오기로는 일감 몰아주기로 기소했는데, 사실상 그런 건 아닌 듯하다”며 “하나의 사건을 다른 사건의 레버리지로 수사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소 배경을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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