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가 상한가(일일 가격 제한폭 최상단)를 찍었다. 모회사 에이프로젠의 자금 지원을 토대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키울 것이란 기대감 덕분이다. 다만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가 그동안 유상증자와 무상감자를 반복하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했던 만큼 피로감을 토로하는 주주도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개장과 동시에 상한가로 직행했다. 오후 2시 18분 기준 전날보다 주가가 29.94%(318원) 오른 1380원을 기록 중이다. 자금 조달 소식이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정규장 마감 후 에이프로젠에 두 차례 걸쳐 총 6608만주를 발행해 600억원을 조달하는 내용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 신주 상장일은 다음 달 30일과 9월 27일이다.
이번 유상증자 신주 발행 물량은 기존에 발행된 주식 수(약 1억6537만주)의 40%에 달한다. 보통은 주식 수가 늘어나는 만큼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때가 많다. 다만 이번에는 투자자들이 사업 확장에 더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전날 시간 외 거래에서도 상한가(9.98%)를 기록했다.
하지만 일부 주주는 주가 상승을 반가워하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가 2009년 에이프로젠에 인수된 이래로 증자와 감자를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잦은 자본 조정에 따른 주가 변동에 지친 모습이다. 이날 오전 한 주주는 네이버 종목토론실에 “주가가 올라서 수익이 났으면 도망들 가라”고 썼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월 보통주 10주를 1주로 무상병합하는 10분의 1 무상감자를 했고, 이어 지난달까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신주 6575만주를 발행해 약 558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신주는 오는 11일 상장된다. 증자와 감자 때문에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51.3%(수정주가 기준) 하락했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2019년과 2020년에도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설비 투자 자금 등을 조달하고자 총 416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한 바 있다. 2022년에는 에이프로젠제약(현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과 옛 에이프로젠바이로직스 간 합병도 있었다. 모두 주가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는 모기업이 직접 출자에 나섰다는 점에서 과거 사례와 차이는 있다. 에이프로젠은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이자 부담도 덜어주기로 했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에이프로젠에 4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도 발행한다고 이날 공시했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이번 CB로 조달한 자금으로 지난해 에이프로젠에 발행한 CB를 만기 전 상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이자율을 6%에서 5%로 1%포인트 낮출 수 있을 전망이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주가 흐름은 CDMO 사업에서 실적이 나는지에 달려있다. 한 증권사 제약·바이오 담당 연구원은 “CDMO 시장도 경쟁이 치열한 만큼 계약을 따내는 등 구체적 성과가 중요하다”고 했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정부의 일괄 약가 인하 이래 연간 영업손실이 계속되고 있다. 순이익도 지난해 2분기부터 당기순손실로 적자 전환한 상태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56억원, 영업손실 115억원, 당기순손실 60억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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