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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장·환경부 장관까지…돌아온 ‘기재부 전성시대’

데일리안 조회수  

기재부가 장악한 尹정부 2기 경제팀

‘초고속 승진자·정책통’ 김병환 내정

‘예산·재정 정통 관료’ 김완섭 후보자

타부처는 ‘울상’…“기재부 파워 막강”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신임 장관급 후보자들이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표 내용을 들으며 자리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임 환경부 장관 후보자 김완섭 전 기획재정부 2차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금융위원장 후보자 김병환 전 기획재정부 1차관 ⓒ연합뉴스

‘기획재정부 전성시대’가 돌아왔다. 대통령실에서 단행한 개각 무게 중심은 기재부로 쏠렸다.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은 기재부 출신 경제 관료를 확연하게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지난 4일 오전 금융위원장 후보에 김병환 기재부 제1차관, 환경부 장관 후보에 김완섭 전 기재부 제2차관을 각각 지명했다.

1971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초고속 승진’의 대명사로 불린다. 특히 현 김주현 금융위원장(66)과 무려 13살 차이가 난다. 인사청문회를 거쳐 공식 취임할 경우 최연소 금융위원장으로 올라선다.

김 후보자는 제37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경제 관료 출신으로 거시경제와 금융 전반에 밝은 정책통으로 꼽힌다. 기재부 경제정책국장, 윤 대통령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파견됐다. 윤 정부 출범 때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에 임명됐다. 지난해 8월 기재부 1차관에 임명된 지 10개월 만에 내정된 것이다.

일례로 김 후보자의 왼쪽 손목엔 항상 윤 대통령 기념 시계가 차져 있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김 후보자 스스로도 윤 정부를 믿고 대내외적으로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이번 금융위원장 지명은 상당히 이례적인 인사였고, 기재부 제1차관이 금융위원장으로 지명된 것은 지난 2013년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이후 처음이다”고 전했다. 관가에서 기재부 위세가 여전히 높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의 호흡도 주목된다. 이 원장은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손발을 맞추면서 정책을 주도해 왔다. 이에 금감원과 금융위의 불편한 관계가 이어졌고, 김 위원장이 뒤로 밀리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원장도 역대 최연소 금감원장인 1972년생이다. 김 후보자 서울대 경제학과 1년 후배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 바통을 넘겨받을 김완섭 후보자도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기재부 출신이 환경부 장관에 또다시 오르는 것은 박근혜 정부 조경규 전 환경부 장관 이후 8년 만이다. 김 후보자는 행정고시 36회 출신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기재부에서 재정성과심의관, 부총리 비서실장, 예산실장 등 요직을 거쳤다.

예산·재정 정통 관료로 불리는 김 후보자는 지난해 7월 기재부 제2차관으로 승진한 뒤 올해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강원 원주을에 출마했다가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밀려 낙선했다.

이번 환경부 장관 지명에 대해 일각에선 올바르지 못한 개각이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4일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환경부를 없앤 것과 다름없다. 환경부 공무원들은 일자리를 잃은 것”이라며 “기후위기, 생물다양성위기 등 당면한 인류위기 앞에 컨트롤타워로서 역할과 책무를 저버린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 개각을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장관급 이상 10명이 기재부 출신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전경 ⓒ데일리안 DB

기재부 전현직 관료가 등용돼 경제팀에 전면 배치되는 일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관가에 따르면 전날 지명된 인사와 윤 정부 기재부 출신 장관급 인사는 총 10명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와 김완섭 환경부 장관 후보자를 포함해 현재 한덕수 국무총리, 박춘섭 경제수석비서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있다.

윤 정부 초대 대통령실 비서실장,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대기 전 실장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기재부 출신이다.

차관급으로 넓히면 기재부 출신 인사는 더 포진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재부 산하 4대 외청 중 국세청을 뺀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은 기재부 출신인 이형일 통계청장과 임기근 조달청장, 고광효 관세청장 등이 수장으로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등에서도 기재부 출신이 현재까지도 직을 수행하는 경우가 있다.

기재부 출신 인사가 주요직에 올라서는 것은 수년 전부터 이뤄졌다. 지난 2014년 최경환 전 부총리가 기재부 수장으로 오면서 기재부 출신 인사들이 장·차관 등 정부 고위급 인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가 부총리 직에서 물러난 직후인 2016년 초에는 18개 중앙부처 장관급 중에 4자리를 기재부 출신이 차지하기도 했다.

정부 부처 요직에 기재부 출신이 쏠리다 보니 이같은 상황을 지켜보는 타 부처 시각은 상반되는 모습이다.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지속적으로 주요직 인사가 나오게 되면 타 부처 입장에선 선순환이 이뤄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며 “기재부 파워가 이렇게 막강한데 열심히 일한 대가가 무시당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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