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의 연환산 수익률은 최근 10년간 2.07%에 그쳤다. 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퇴직연금을 운용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원리금이 보장되는 예금이나 적금에만 투자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해 7월 디폴트옵션(사전운용제도)이 도입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는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디폴트옵션은 방치된 자금을 금융상품으로 흡수해 퇴직연금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도입됐지만 정기예금 등 원리금보장상품으로만 구성된 초저위험 비중이 전체 디폴트옵션 가운데 90% 가까이 차지해 제도 도입 목표와는 거리가 먼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디폴트옵션 제도는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적용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운용상품별 비중을 보면 초저위험 상품이 89.9%로 가장 높았으며 저위험 5.4%, 중위험 3.2%, 고위험 1.4% 순이었다.
민 이사는 국내 디폴트옵션 설계 과정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가입자 선택 없이 금융사가 직접 운용할 수 있지만 국내는 원금 손실에 대한 면책조항이 도입되지 않아 가입자 사전 지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가입 근로자들이 무관심하거나 생업이 바빠 퇴직연금 적립금 대부분이 수익성 높은 실적배당형 금융상품보다 수익성 낮은 원리금 보장형 금융상품에 그대로 재예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민 이사는 “디폴트옵션 제도 취지를 살려 해외처럼 면책 조항을 두고 회사나 금융회사가 지정한 대로 운용하도록 해야 한다”며 “초저위험 상품군이라도 주식, 채권 등 투자 상품을 적절하게 섞어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금 자산운용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나이에 비례해 채권 비중을 늘리라고 조언했다. 그는 “특정 상품의 선택보다 전체 자산에서 주식과 채권(정기예금 포함) 자산을 어느 정도 비중으로 하느냐에 따라 운용 성과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퇴직까지 10년 이상 남은 가입자라면 적극적으로 주식 등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여 장기적으로 수익률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퇴직이 5년 이내로 남은 가입자라면 채권, 정기예금 비중을 높여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많은 연금 자금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를 추종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 이사는 “S&P 500 지수가 최근 10년 이상 장기 상승하며 고점을 경신하고 있어 과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최근 지수 상승은 엔비디아를 필두로 인공지능(AI)이라는 특정 기술 섹터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과열이 진정되면 하락할 위험성도 커 전 세계 모든 자산에 분산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로 옮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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