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대환대출 갈아타기 경쟁에서 승기를 거머쥐며 ‘고객’과 ‘자산’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간편한 비대면 거래 플랫폼을 무기 삼아 시중은행 고객을 적잖이 포섭한 결과다.
하지만 이는 당초 인터넷 은행의 설립 취지인 포용금융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일부 인터넷은행의 경우, 시중은행 신용대출 고객의 평균 신용점수보다 더 높게 나오는 등, 중·저신용자를 위한 금융사로서의 의미가 퇴색된 듯한 모습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가 올해 초 대환대출 갈아타기를 통해 고객과 여신 자산을 모두 확대했다.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올 1분기 31조396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8%(4조7700억원) 늘렸다.
같은 기간 4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431조9299억원으로 1.5%(6조6267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3대 인터넷 은행 중 토스뱅크가 주담대를 취급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로 적짆은 물량이 넘어간 셈이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인터넷은행 모두 올해 1분기 실적 역시 모두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분기 기준 순이익은 각각 ▲카카오뱅크 1112억원 ▲케이뱅크 507억원 ▲토스뱅크 148억원 등이다.
특히 ‘기업공개(IPO) 재도전’에 나선 케이뱅크는 몸집 불리기에 최우선이다. 지난달 28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하며 상장 절차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었다. 케이뱅크는 2021년 당기순이익 225억원으로 첫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한 후 흑자기조를 이어 오고 있다.
중·저신용자 챙기랬더니…시중은행과 별반 차이 없어
다만 이들 인터넷은행 3사가 중·저신용자를 위한 포용 금융 등 설립 취지를 제대로 이행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이들 모두 올해 1분기 중·저신용대출 목표치(30%)를 달성했다고 밝혔지만, 이들 은행의 대출 금리나 신용점수는 대형 시중은행을 역전한 상황이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지난 4월 신규 취급한 일반신용대출의 평균 신용점수(KCB 기준)는 ▲케이뱅크 951점 ▲토스뱅크 928점 ▲카카오뱅크 895점 순으로 나타났다. 평균 금리는 ▲케이뱅크 4.94% ▲토스뱅크 6.72% ▲카카오뱅크 6.06%다.
이는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취급한 일반신용대출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의 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 및 금리는 ▲NH농협(940점·4.53%) ▲하나(933점·4.97%) ▲우리(929점·5.16%) ▲KB국민(915점·5.50%) ▲신한(914점·5.11%) 순으로 집계됐다. 수치만 놓고 보면 어디가 인터넷 은행이고, 어디가 시중은행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건전성 관리를 위해 우량 대출인 주택담보대출 쏠림 현상까지 발생했다. 주담대를 운용하지 않는 토스뱅크를 제외하면, 같은 기간 주담대(분할상환방식) 점수와 평균 금리는 ▲케이뱅크(962점·4.03%) ▲카카오뱅크(962점·3.93%) 등으로 확인됐다.
5대 시중은행의 경우 평균 신용점수가 925~944점, 평균금리 3.75~4.13% 등으로 형성된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보다 더 높은 신용도를 요구하며 우량고객 포섭에 나선 것이다.
‘제4인터넷은행’ 출범에 혈안된 시중은행
이는 제 4 인터넷뱅크 인가에 대한 회의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진행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세미나에서도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의 수익성이 은행과 차별화되지 않은 영역인 주담대에서 나오는 게 본래 취지와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며 “다른 은행이 심사하고 이자도 잘 내고 있는 대출을 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뺏어오는 영업은 우리가 생각한 혁신·포용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재 출범한 제4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은 ▲KCD(한국신용데이터)뱅크 ▲더존뱅크 ▲유(U)뱅크 ▲소소뱅크 ▲AMZ(에이엠지)뱅크 등 5곳이다. 이 중 KCD뱅크 컨소시엄에는 우리은행이 참여를 확정했고 더존뱅크엔 신한은행, 유뱅크엔 IBK기업은행, 소소뱅크에는 NH농협은행이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제4인터넷은행 경쟁에 뛰어든 것 역시 이러한 현 추세를 감안한 결과로 보인다. 은행 오프라인 이용 고객은 계속 주는 반면, 온라인 금융 수요는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입출금 거래 기준 인터넷 뱅킹 비중은 83.2%로 전년 동기(79.8%) 대비 3.4%포인트 증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디지털 경쟁력 강화 전략의 일환도 있지만, 무엇보다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보다 규제에서 자유로운 점이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은 시중은행의 4%, 지역은행의 15%까지만 지분을 소유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은 특례법 적용을 받아 지분의 34%까지 소유할 수 있다. BIS 자기자본비율 등 건전성 지표 역시 비교적 느슨하게 적용된다.
일각에서는 제4인터넷은행의 사업성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리는 중이다. 당국에서는 소상공인 특화 은행을 만들고자 하지만, 아직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힌 컨소시엄도 없는 상황이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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