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10년 7월 5일 경기도 성남 수정경찰서는 목사 A 씨(53)에 대해 살인, 사체손괴 및 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관련 범죄 사실을 알렸다.
25년여간 지역에서 사역해 온 현직 목사가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는 점 외에도 살해 동기, 살해 후 시신을 토막 내 여기저기에 버렸다는 말에 모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 24년 전 낙태 시술, 신도 앞에서 무시했다 트집 잡아
A는 2009년 3월 5일 자정을 막 넘은 시간 성남시 자기 집에서 아내 B 씨(50)를 목 졸라 살해했다.
3월 4일 밤부터 B 씨와 말다툼하던 A는 24년 전인 1985년 자신의 동의 없이 둘째를 임신 3개월 만에 낙태한 사실을 들춰내며 아내를 닦달했다.
또 신도들 앞에서 자신을 자주 무시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B 씨는 남편과 더 이상 말을 섞기 싫다며 화장대에 앉아 화장을 지우기 시작했다.
이 모습에 “지금 나를 무시하고 있다”며 격분한 A는 아내 목을 졸랐다.
◇ 아내 시신 담벼락 밑에 숨긴 뒤 경찰에 가출 신고…17일 뒤 부패 진행되자 토막 내
A는 B 씨 시신을 안방 창문을 통해 담벼락 쪽으로 집어 던진 뒤 5일 오후 1시40분쯤 성남 수정구의 모 지구대를 찾아 ‘아내가 가출했다’며 신고했다.
경찰은 3월 4일 밤 10시 53분 무렵 B 씨가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이 담긴 CCTV를 확보, B 씨가 5일 아침 가출한 것 같다는 ‘단순 가출’로 잠정 결론 내렸다.
A가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역을 한 목사라는 신분 등으로 ‘범죄 관련성’을 의심하지 못한 것이다. 또 실종이 아닌 가출 신고의 경우 가출동기, 시기 정도만 파악할 뿐 집안을 압수수색 할 법적 근거도 없었기 때문이다.
A는 ‘사모님 어디 가셨나’라는 신도들과 이웃들의 질문이 이어지고 날씨가 따뜻해짐에 따라 부패에 따른 냄새를 우려해 살해 17일 뒤인 3월 22일 담벼락 밑으로 가 B 씨 시신을 8토막 냈다.
이어 몸통 등 시신 일부는 담벼락 밑을 파 넣은 뒤 시멘트로 발라 은닉했다.
◇ 시신 일부 팔당호에 버려…아내 찾아달라 전단, ‘기도하면 하나님이 돌아오게 하실 것’
A는 나머지 시신을 차에 싣고 집에서 50km나 떨어진 팔당호로 가 버렸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아내를 찾습니다’는 전단을 신도들과 함께 붙이는 한편 기도 때마다 신도들과 함께 ‘무사 귀환’을 빌었다.
얼마 뒤 A는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돌아오게 하실 것”이라며 “가출 전단지 붙이는 수고는 이제 그만 두자”고 했다.
대부분의 신도들은 A 목사를 안타깝게 여기며 ‘하나님, 우리 사모를 돌려보내달라’고 기도했다.
◇ 딸 예비 시댁에서 ‘안 사돈 찾아보자’, 다시 전단…신도와 부적절 관계 소문, 경찰 내사
2010년 2월, A는 다시 ‘아내를 찾습니다’는 전단지를 돌리기 시작했다.
딸의 예비 시댁에서 “안 사돈을 찾은 뒤 온전한 결혼식을 올려 보자”고 제의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경찰 실종사건팀은 ‘A가 교회 신도와 부적절한 관계다’는 첩보를 입수,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며 통신수사와 금융계좌 추적에 들어갔다.
경찰 움직임을 눈치챈 A는 수사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0년 6월 30일 수사관에 “할 말도 없지만 혼자 감당하기에는 힘들어 쉬고 싶다”는 문자를 보내는 등 심리적 갈등을 겪었다.
그러다 4일 뒤인 7월 4일, 범행 17개월 만에 “내가 아내를 죽였다”고 자수했다.
◇ “아내가 성관계를 피해 불만이 쌓였다”…유족 “불륜, 이중생활 들켜 살인”
A는 경찰에서 아내에 대한 성적 불만이 살인으로 이어졌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B 씨가 2005년 자궁근종 수술을 받은 뒤 잠자리를 피해 불만이 쌓였다는 것.
이에 대해 B 씨 유족은 ‘멀리한 건 오히려 A로 불륜 사실을 안 B 씨가 눈물로 회개 기도를 올리자 이에 부담을 느껴 살해에 이르렀다’며 신도들, 지역사회에 자기 모습을 들키는 것을 꺼린 A의 계획범죄라며 성적 불만을 이유로 댄 A 주장을 물리쳤다.
◇ “아내 죽여놓고 설교, 너무 힘들었다”…작은 체구의 목사, 체중 7kg이나 빠져
작은 체구의 A는 경찰에서 “아내를 죽여놓고 설교하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지난 17개월 동안 몸무게가 6~7kg가량 빠졌다고 했다.
한 신도는 “설교 뒤 목사님이 말도 안 하고 울기만 하시더라”며 목회자로서 양심의 가책을 느낀 A가 얼마나 고통을 겪었는지 뒤늦게 알게 됐다고 했다.
◇ 맥가이버 목사, 평소 칼 잘 다뤄…개도 직접 잡았다는 말까지
A를 조사한 형사는 신도들과 지역사회에 ‘맥가이버 목사’라고 불릴 정도로 장비나 도구를 잘 다뤘다고 했다.
또 A가 ‘개를 잘 잡았다더라, 껍데기를 벗기고 뼈와 내장을 능숙하게 발라냈다. 이는 칼을 전문가 수준으로 다루지 못한다면 불가능하다”면서 A가 B 씨 시신을 토막 낸 것도 이런 이유로 가능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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