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은행연합회에 내는 협회비 규모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매년 회원 은행으로부터 일정 금액의 협회비를 받아 운영된다. 하지만 은행연합회는 외부에 주요 회계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연합회가 4대 시중은행으로부터 받은 협회비는 하나은행 47억7000만원, 신한은행 38억4300만원, 우리은행 38억2000만원, 국민은행 35억3000만원이었다. 해당 수치는 은행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및 각 사 제공에 따른 것으로 은행별 공시 기준에는 차이가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은행연합회에 지불하는 협회비가 1년 새 8억5300만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3억5000만원, 우리은행은 3억1800만원, 국민은행은 4억2000만원 늘었다. 1년 만에 4대 시중은행이 낸 협회비가 20억원 가까이 늘었다.
은행연합회가 회원 은행으로부터 받는 협회비 절반가량은 임직원의 인건비와 복리후생비로 사용된다. 이외 은행권 공동연구 및 개발, 금융경제 연구조사 및 각종 간행물 발간, 금융사 신용정보의 집중·관리, 금융사 간 협의와 친목 도모를 위한 사업 추진 등 업무에도 사용된다는 게 은행연합회 측 설명이다.
회원 은행의 협회비는 크게 정기분담금과 수시분담금으로 나뉜다. 은행연합회는 은행의 자산, 당기순이익, 수익 등 규모에 따라 정기분담금 액수를 차등화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내 16개 전문위원회가 집행할 사업을 고려해 회원 은행마다 경비 분담률을 매기는 것이다. 수시분담금은 이벤트가 생길 때마다 회원 은행에 회비를 걷는다. 추가적 회비에 대한 부의 안건을 받아 은행이 찬성하면 분담하는 방식이다.
은행권에서는 은행연합회가 매년 초 결산보고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협회비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군다나 은행연합회는 독립적으로 예산안을 집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중은행이 협회비 의결에 참여하긴 하지만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협회비 의결은 찬반투표인데 은행장이 이사회 구성원으로 있는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못 내겠다고 할 수 없는 분위기다”라며 “은행 내 소관 부서에서는 늘어난 협회비에 대해 은행연합회에 사유를 물을 수 없으니 답답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는 각 은행의 자산 기준과 내부적인 사용처에 따라 적정한 분담 비율을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경비와 당기순이익, 예금과 특정금전신탁 규모, 총수익 등 회원사에 추가 분담금을 산정해 매년 연간 협회비를 결정하고 있다”며 “지난 2년간 주요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이 크게 증가했으며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했기 때문에 협회비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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