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하나금융그룹이 같은 비은행 강화 과제를 안은 우리금융그룹과 달리 인수합병(M&A)시장에서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보험사 인수중단 경험이 있는데다 자금 여력이 크지 않은 만큼 매물 검토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보험계열사 강화 과제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올해 임기를 시작한 남궁원 하나생명 사장과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사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사 인수합병 시장에서 하나금융의 행보를 두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금융은 동양생명 인수를 위해 물밑 접촉에 나섰다는 이른바 ‘동양생명 인수설’이 돌자 확인되지 않는 사실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최근 진행된 롯데손해보험의 예비입찰은 물론 본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우리금융이 지난해 말부터 ‘전수 검토’ 방침을 내걸고 상상인저축은행, 한국포스증권, 롯데손보, 동양생명, ABL생명까지 매물 검토에 적극적인 것과 대조적이다.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이 지난해 실사까지 진행했던 매물의 인수를 중단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후 더욱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7월 KDB생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실사에 착수했으나 10월 “KDB생명은 (하나금융의) 보험업 강화 전략 방향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결국 인수를 중단했다.
하나금융은 이 과정을 거치며 보험사 인수에 관심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났는데 이에 따라 나오는 매물마다 관심을 보이면 이후 가격 협상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의 출자여력이 넉넉하지 않은 점도 인수합병 시장 참여에 소극적인 이유로 꼽힌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을 고려했을 때 하나금융의 출자여력은 2조 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최근 보험사 매물로 검토되고 있는 동양생명’ABL생명 패키지딜과 롯데손보 인수 가격은 모두 2조 원을 넘기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 후 통합작업(PMI) 등에 투입해야 하는 금액까지 더하면 부담이 되는 가격일 수밖에 없다.
다만 하나금융의 비은행 강화 필요성은 여전히 크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비은행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은행 순이익이 지주 순이익을 넘어서기도 했다.
올해 들어 은행 쏠림 현상이 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하면 은행집중도가 높은 편으로 여겨진다.
올해 1분기 하나은행은 하나금융 전체 순이익의 81.5%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은행 이익 비중은 KB금융이 37.1%, 신한금융이 70.2%을 보였다.
올해부터 보험사 강화 과제를 맡고 있는 남궁원 하나생명 사장과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사장의 성과에 더욱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 소폭의 변화만 주는 ‘핀셋인사’를 시행했다.
14개 계열사 가운데 3개 계열사의 최고경영자가 교체됐는데 2곳이 보험계열사였다.
사실상 보험계열사 최고경영자를 전부 바꾸는 쇄신 인사였던 것인데 이를 통해 보험계열사 강화 성과를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은 보험계열사와 함께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카드사에서 최고경영자 교체를 통해 성장세를 이끈 사례도 있다.
하나카드는 2023년 이호성 사장이 새로 취임한 뒤 모바일 환전서비스 ‘트래블로그’를 전면에 내세우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나카드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535억 원을 거뒀다. 1년 전보다 164.9% 늘어난 것으로 이에 따라 우리카드를 제치고 카드업계 순이익 6위에 올랐다.
남궁원 하나생명 사장과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사장도 올해 1분기 실적 개선세를 보이며 순조로운 시작을 하고 있다.
하나생명은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 45억 원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하나손해보험은 별도기준으로 순손실 24억 원을 냈으나 지난해 1분기 순손실 83억 원과 비교하면 적자 폭이 30% 가량 줄었다.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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