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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서북지역을 대표하는 고양·파주시 부동산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일대 집값을 끌어올릴 호재로 기대받던 개발사업들이 잇따라 좌초됐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원에서 2016년부터 추진된 ‘고양 K-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이 8년 만에 끝내 무산됐다. 지난 1일 경기도는 이 프로젝트 민간사업자 CJ라이브시티와의 계약 해지 소식을 발표했다. 공사비 급등·고금리 여파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난관에 부딪히며 공사가 중단된 게 발단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중재안을 내놨지만, 경기도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사업이 결국 백지화됐다.
고양 K-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은 일산호수공원 근처 경기도 소유 부지 32만여㎡에 K-팝 공연장·스튜디오·테마파크·숙박시설 등을 조성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총사업비만 2조원에 달하고, 경제적 가치도 수십조원으로 평가됐다.
사업 무산으로 당장 일대 주택시장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는 견해가 많다. K-컬처밸리 사업은 일산신도시를 넘어 고양시 전역의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마중물이 될 것이란 기대가 컸는데, 사업 무산으로 그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고양시 주엽동 한 공인중개사는 “수년간 사업이 지연됐어도 언젠가 정상화될 것이란 기대에 집값 하락기에도 어느 정도 가격 방어를 했던 측면이 있다”며 “사업이 취소되자 아파트를 처분하려고 매물로 내놓는 분위기도 조금씩 감지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사업지 인근 아파트 단지에선 호가(집주인이 팔려고 부르는 가격)를 낮춘 매물이 늘고 있다. 장항동 호수3단지 삼환유원아파트 전용면적 101㎡형은 지난 3일 6억7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얼마 전까지 같은 평형 시세가 7억2000만~7억9000만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며칠 새 1억원가량 떨어진 셈이다.
파주시 부동산시장도 개발사업 중단 소식에 울상이다. 2022년 6월 사전청약 제도로 당첨자까지 뽑은 운정신도시 ‘운정3지구 주상복합 3·4블록’ 분양 일정이 돌연 취소됐기 때문이다. 이 단지 시행사인 DS네트웍스는 최근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계약 취소 소식을 알렸다. 시행사가 공사비·PF 등의 이유로 시공사·금융사를 구하지 못해서다. 토지 소유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시행사 측과 계약을 곧 해지한 후 시행사를 다시 구한다는 방침이지만, 사업 지연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대 다른 단지의 연쇄 분양 지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주상복합 1·2·5·6 블록의 시행사는 현재 LH에 계약금만 낸 채 중도금을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 시행사의 연체액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어 아파트 분양이 예정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이렇다 보니 연말 GTX-A 개통과 함께 상승장을 기대하는 파주 주택시장 분위기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해당 사업지들은 GTX-A 운정역 역세권에 위치해 있다. GTX 개통 후 역세권 단지들이 일대 집값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지만, 사업 지연 땐 그 효과가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분양 지연으로 공급이 줄어들면 이미 입주한 아파트는 가격이 오를 수 있겠지만, 배후수요가 풍부하지 않은 신도시 특성상 지속되긴 어렵다”며 “인프라 구축 및 지속적인 집값 상승을 위해선 분양사업이 정상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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