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최태호 기자] 정부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를 위한 세제지원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밸류업을 위해서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대통령실 및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 3일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에는 밸류업 위한 세제지원 방안이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배당·자사주소각 등으로 주주환원 금액이 직전 3년 대비 5%를 초과해 늘어난 기업의 초과분에 대한 법인세를 공제한다. 또 법인세 세액공제 적용 기업 개인주주의 배당금 과세세율을 기존 14%에서 9%로 낮춘다. 배당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으면 부과됐던 최대 45% 세율도 25%으로 줄인다. 해당 정책들은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특히 앞서 재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최대주주에 대한 할증과세 폐지 방안도 담아 눈길을 끌었다. 현행 상속재산 평가에는 대기업의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에 있는 주주의 주식 출자지분은 평가액에 20%가 가산된다. 이에 최대주주가 상속세를 줄이고자 주가를 낮추는 왜곡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지적이 있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정부의 세제개편만으로는 기업의 밸류업 참여를 이끌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딜사이트경제TV에 “지배주주가 없는 금융지주사의 주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기업 주가 저평가)의 원인은 지배주주 유무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밸류업을 해야 할 이유는 없고 최대주주의 세율만 감면해주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식은 영구자본의 성격을 갖고 있음에도 배당소득 저율 분리과세와 법인세 감면은 한시적으로 시행돼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회장은 포럼 논평을 통해 상속세율을 낮추는 대신 시가(주가)만을 근거로 상속세를 계산하는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내 상속세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추면 오히려 지배주주의 상속세가 줄어드는 구조가 더 큰 문제라는 것. 당시 포럼은 장부가와 시가 중 높은 금액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상속세를 낮춰주기만 하는 건 기업의 자발적 선의에 기대는 것과 같다”며 “주주보호를 위한 다양한 법제가 뒷받침돼야 세법 개정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로드맵에서 주주보호를 위해 내놓은 방안은 △전자주주총회 도입 △주주총회 기준일 효력기간 단축 △물적 분할시 반대주주 주식매수 청구권 부여 등이다. 다만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등의 내용은 빠져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밸류업의 핵심은 지배구조 개선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로드맵 발표에는 빠져 있었다”며 “정부는 밸류업의 본질을 세금으로 보지만 이는 잘못된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현행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이사의 충실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최상묵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앞서 공식석상에서 이사충실의무에 ‘주주’를 포함시키는 상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