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국 참가한 국제핵융합실험로 컨소시엄
내년 플라스마 생성 실험 2033년으로 연기
2035년 예정된 대규모 핵융합 반응 실험도 2039년으로
부품 수리 등으로 50억 유로 추가 비용 발생
전 세계 핵융합 발전의 꿈이 멀어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참여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가동 시기가 대폭 연기된 탓이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피에트로 바라바스키 ITER 사무총장은 브리핑에서 “분명히 ITER의 연기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며 “오늘날 핵융합이 증명된다 해도 2040년까지 상업적으로 배치할 위치에 있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상업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다른 여러 가지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애초 ITER 측은 내년 첫 플라스마 생성 실험에 나서기로 했지만, 8년 뒤인 2033년으로 미뤘다. 2035년 실시할 예정이었던 대규모 핵융합 반응 실험도 그보다 4년 뒤인 2039년으로 늦췄다.
계획 지연과 더불어 부품 수리 등으로 인해 비용마저 지금까지 예상했던 것보다 50억 유로(약 7조4539억 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누적된 총사업비는 250억 유로에 육박할 전망이다.
핵융합 발전은 원자핵끼리 융합할 때 방대한 에너지가 생기는 반응을 사용해 발전하는 기술이다. 연료인 중수소는 해수에 포함돼 있어 자원이 풍부하며 발전할 때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또 원자력 발전과 비교했을 때 사용 후 핵연료의 방사능 농도가 낮고 폭발 사고도 일어나기 힘들어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을 포함해 32개국은 2016년 컨소시엄을 통해 ITER을 세우기로 했고, 현재 프랑스 남부 건설 현장에서 100만 개 넘는 부품이 조립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시작된 공급망 차질 문제로 건설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실험도 미뤄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핵융합 실험 지연은 이미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 이 프로젝트에 또 다른 타격을 입혔다”며 “이로 인해 핵융합 기술이 최악의 기후변화 영향에 맞서고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제때 도입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ITER 실험이 지연되면서 커먼웰스퓨전시스템과 토카막에너지가 민간 투자를 받아 진행 중인 핵융합 발전 실험이 앞서나갈 가능성이 생겼다. 이들은 소형 핵융합로를 지향하고 있으며, 10년 안에 프로토타입 시험을 시작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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