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 개정안)을 재추진하자 경제단체가 일제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번 법안은 지난 국회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법안보다 더 강력하다. 노동계는 노사 간 소통이 쉬워지고 무분별한 손해배상 소송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기업은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마비되고, 궁극적으로는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노란봉투법이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22대 국회에 발의된 노란봉투법은 총 3가지다.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의원안과 김태선 의원안, 민주당 이용우·조국혁신당 신장식·진보당 윤종오 의원이 야 6당 의원 87명의 서명을 받아 공동 발의한 안이 있다. 박해철 의원안은 21대 국회 통과안과 동일하고 김태선 의원안과 이용우·신장식·윤종오 의원안(야 6당 공동발의안)은 사용자와 근로자의 범위를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제계는 발의된 개정안이 모호한 표현으로 사용자와 근로자의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해, 기업을 파업과 교섭의 굴레로 내몰 것으로 우려한다.
현행법은 사용자를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자’로 해석한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은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정의한다. 근로계약을 직접 맺지 않았더라도 임금이나, 근로시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면 모두 사용자라고 보겠다는 것이다.
사용자 개념을 넓히면 하청업체나 협력사 직원, 특수고용직도 원청업체, 대기업을 상대로 노사교섭을 요구하고 파업까지 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에는 수천 개의 협력사가 있는데 이들 회사 근로자들이 대기업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국내 핵심 산업인 자동차, 조선, 반도체, 건설 업종 등은 원·하청 협업 체계로 이뤄져 있다. 현대차의 경우 1차 협력업체가 350여개이고, 2~4차 협력사는 5000개사가 넘는다. 삼성전자는 1차 하도급업체만 700곳 이상이고 조선업체도 1000여개의 협력사가 있다. 경영계는 노사분규가 1년 내내 반복되면 기술개발, 신규 시장 발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노란봉투법은 근로자의 개념도 기존 ‘임금 등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사람’에서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한 자’로 넓힌다. 택배나 배달 기사와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자영업자 등도 노조에 가입하면 근로자로서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외부 용역 업체에 청소나 건물 관리 등을 맡기는 기업도 하도급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계는 개인사업자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면 이들의 담합행위도 노동조합법상 단체행동으로 보호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표적으로 CJ대한통운과 전국택배노조는 택배 기사의 근로자성을 놓고 다투고 있다. 2심 법원은 CJ대한통운이 특수고용직인 택배기사들로 이뤄진 전국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직접적인 계약 관계를 맺지 않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이다. CJ대한통운은 즉각 상고해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모호한 단어로 쓰여진 노란봉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노사관계가 망가진다. 국내 노동계는 파업 만능주의에 빠질 것이고 기업은 365일 교섭에 나서며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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