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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위협하는 ‘기후 문제’…정부차원 근본대책 세워야 [유통-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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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 여파…원재료 가격 급등, 식품‧외식 가격↑

정부, 기업 압박 및 예산 투입 등 일차원적 접근

지속가능한 대책 시급…“식량 안보 주요 화두 떠올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사과가 진열돼 있다.ⓒ뉴시스

국내 의식주 물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1.6배 더 비싸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이 크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한은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류·신발 물가는 OECD 평균에 비해 61%, 식료품 물가는 56% 더 비쌌다.

세부 품목별로 보면 한국의 물가 수준은 더 심각하다. 사과가 OECD 평균보다 세 배 가까이 비싼 것을 비롯해 감자, 돼지고기, 티셔츠, 남성 정장 등이 두 배를 넘었다. 국내 필수소비재 물가 상당수가 최상위권이어서 취약계층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주요국 대비 의식주 물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식료품만 봐도 1990년엔 OECD 평균보다 1.19배 비쌌지만 지난해는 1.56배 높았다. 이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국내 생활비 수준이 일시적 요인이 아니라 구조적 요인이 누적된 결과임을 보여준다.

농업 생산성과 과일·채소의 수입 개방도가 다른 나라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데다 농산물·의류 유통시장 또한 고비용 구조로 굳어지면서 물가를 끌어올린 것이다. 농산물 소비자가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한다.

여기에 이상기후도 일상의 많은 것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구의 평균 기온과 해수면은 물론 물가 상승 요인으로도 지목된다.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이란 신조어도 탄생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날씨 탓에 농작물 생산량이 감소해 식료품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상기후 여파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자 식품·외식업체들은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섰다. 기업들은 정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인상 시기를 늦췄지만 결국 부담을 이기지 못 했다. 기업을 압박해 인상을 잠시 미루는 ‘보여주기식 정책’은 끝내 해결책이 되지 못 했다.

정부는 근본적 해결책을 강구하지 못한 채 납품업체의 납품단가와 유통업체 할인 행사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과 국민 세금인 재정을 투입하는 임기응변식 대응을 반복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기존 예산 434억원 외에 1500억원을 더 투입하기로 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작황이 안 좋을 때마다 재정을 투입할 거냐는 점이다. 최근 ‘금값 사과’의 근본적 원인은 이상기후로 인한 수급 불안에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병충해, 일조량 부족, 가뭄이나 장마 등 기후 변화는 일상이 된 지 오래다. 한정된 재원으로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지난 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상기후가 농작물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은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장기적으로 기후와 작물지도 변화에 대비한 품종 개발과 푸드테크 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결국 기후 변화로 인한 농산물 가격 급등은 정부의 보조금이나 수입 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기후변화는 내년, 내후년에도 반복될 상수다. 따라서 이에 맞는 새로운 농산물 생산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정치·경제 안보 만큼 중요한 것이 식량 안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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