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한국 펜싱이 올림픽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남자 플뢰레 김영호가 사상 첫 금메달을 딴 이래, 두 번째 금메달을 따기까지 12년이나 걸렸다.
그러나 금메달의 물꼬를 다시 트기 시작한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한국 펜싱은 ‘효자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매 대회 금메달을 노릴 수 있고 기대감을 갖게 하는, 한국 선수단의 ‘믿는 구석’이 됐다.
펜싱은 2012년 런던에서 여자 사브르 개인전(김지연)과 남자 사브르 단체전(원우영, 오은석, 구본길, 김정환) 등 2개의 금메달을 땄고, 2016년 리우에선 ‘할 수 있다’ 신드롬을 일으킨 박상영(남자 에페)이 맥을 이었다. 그리고 직전 대회인 2020 도쿄에선 ‘어펜저스’로 불린 남자 사브르 단체전(오상욱, 구본길, 김정환, 김준호)에서 금메달을 추가했다.
다가오는 파리 올림픽에서도 펜싱은 금메달을 기대하는 종목이다. 선수단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고 눈높이도 낮추고 가는 대회지만, 펜싱은 양궁과 함께 금메달 ‘유력 종목’으로 분류됐다.
만일 이번 대회에서도 ‘금빛 찌르기’에 성공한다면, 펜싱은 올림픽 4회 연속 금메달의 대업을 쓰게 된다. 역대 한국 선수단이 하계 올림픽 4연속 금메달을 기록한 종목은 레슬링(1984~2004, 6연속), 유도(1984~1996, 4연속), 양궁(1984~2020, 10연속), 태권도(2000~2016, 5연속) 등 4개 종목뿐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펜싱은 금메달 2개 이상을 노리고 있다. 특히 ‘뉴 어펜저스’로 불리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가장 큰 기대를 받는다.
이 종목은 이미 2012 런던, 2020 도쿄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선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대회에서 3연패에 도전하는 셈이다.
다만 오랫동안 세계랭킹 1위를 유지했던 팀 구성이 바뀌었다.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오상욱(대전시청)은 그대로지만, 김정환과 김준호가 빠졌다. 대신 박상원(대전시청)과 도경동(국군체육부대) 등 신예가 가세해 ‘뉴 어펜저스’를 이뤘다.
면면이 변했으나 여전히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올림픽 개막을 20여일 앞둔 현시점에서도 남자 사브르 단체 세계랭킹 1위는 여전히 한국의 차지다.
‘맏형’ 구본길은 사실상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은 파리 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이고, 막내였던 오상욱은 팀의 에이스로 기대를 모은다. 새로 합류한 박상원과 도경동도 결코 밀리지 않는 기량으로 선배들의 뒤를 받친다.
단체전 3연패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리지만, 구본길과 오상욱이 나서는 개인전 역시 메달을 기대할 만하다. 세계랭킹에선 오상욱이 4위, 구본길이 22위다.
여자 에페 역시 기대를 모은다. 한때 개인전 세계랭킹 3위까지 올랐던 ‘에이스’ 송세라(부산시청)를 중심으로,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온 최인정(계룡시청), 한국 나이 ‘불혹’의 베테랑 강영미(광주시청), 막내 이혜인(강원도청)까지.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합작했던 멤버가 그대로 나선다.
단체전 세계랭킹은 2위로, 경쟁력은 충분하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조직력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가운데, 에이스 송세라의 기량이 몇 년 새 급성장하면서 균형을 잡고 있다.
송세라는 개인전에서도 메달을 노린다. 최근 아시아선수권에서 동메달에 그치며 랭킹은 7위로 떨어졌지만, 당일 컨디션 여하에 따라선 충분히 메달을 노릴 만하다.
이밖에 윤지수(서울시청)를 주축으로 하는 여자 사브르도 메달 후보다. 3년 전 동메달을 수확했던 이들은 이번엔 더 높은 곳을 노리고 있다. 당시 막내였던 윤지수는 이번 대회에선 맏언니이자 에이스다.
한편 이탈리아, 프랑스, 헝가리 등 유럽 선수들은 4연속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의 가장 큰 적수로 꼽힌다. 애초 유럽세가 강한 종목인 데다, ‘종주국’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대회로 심판의 텃세와 편파 판정 등의 우려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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