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파리 올림픽은, 역대 최악의 성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 대회다. 아예 본선 티켓을 놓친 종목들이 많아 선수단 규모도 크게 줄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고, 각본 없는 드라마라 불리는 스포츠에서 섣부른 예측은 오판을 불러올 뿐이다.
어려울 때 탄생한다는 영웅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태극전사들은 주위 목소리에 신경 쓰지 않은 채 마지막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들의 면면을 보면, 암울한 전망은 밝은 기대로 바뀐다.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탁구대표팀 혼합복식 임종훈(27?한국거래소)-신유빈(20·대한항공) 조가 한국 탁구의 자존심을 걸고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번번이 앞길을 가로 막는 ‘만리장성’ 중국이 버티고 있지만, 둘의 상승세와 대진운 등을 고려하면 금메달도 꿈이 아니다.
지난 2016년 리우대회와 2020 도쿄 대회서 노메달의 아쉬움을 삼켰던 한국 탁구는 이번 파리 올림픽서 남녀 단체전과 혼합 복식에서 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건 혼합 복식이다.
탁구 세계 최강 중국은, 일대일 대결로만 승부하는 개인전에선 압도적으로 강하다. 그래도 남녀 선수 간 조화와 전술 등이 중요한 혼합 복식은 변수가 더 많아 해 볼 만하다.
게다가 임종훈과 신유빈이 최고의 시너지로 최근 국제무대서 우승을 싹쓸이하고 있는 점도 기대를 높인다.
대한탁구협회는 파리 올림픽에서의 메달을 위해 일찌감치 둘을 혼합 복식 콤비로 지정, 전략적으로 육성해 왔다. 최근 2년 동안 임종훈-신유빈 조는 월드테이블테니스(WTT)가 주최하는 수많은 국제대회에 꾸준히 참가하며 국제 경쟁력도 높이고 호흡도 키웠다.
신유빈은 여성 선수임에도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고, 임종훈이 수비력과 전체를 컨트롤 하는 힘이 좋아 합이 잘 맞는다는 평가다.
함께 땀흘린 시간이 많은 만큼 코트 밖 친분도 깊고 그래서 조직력도 더 끈끈하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시상대에서는 임종훈이 신유빈의 옷매를 챙겨주는 모습으로 중국 매체로부터 ‘최고의 커플상’을 받기도 했다.
두 선수의 개인 능력이 큰 폭의 발전을 이룬 것도 고무적이다. 꾸준함과 성실함의 대명사 임종훈은 3년 동안 혼합복식은 물론 남자 단식에서도 국내 최강자 타이틀을 얻을 만큼 입지를 높여, 첫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잡았다.
2020 도쿄 올림픽서 ‘삐약이’라는 별명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신유빈 역시 손목 수술 등의 악재를 딛고 이제는 더욱 성장, 유망주가 아니라 한국 여자탁구 랭킹 1위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둘의 메달 도전 난이도는 올림픽이 열리기 전에 결정날 수도 있다. 우승을 하려면 세계 최강이자 랭킹 1위인 중국의 왕추친-쑨잉사 조를 넘어야하는데, 이왕이면 최대한 늦게 만나야 수월하다.
임종훈-신유빈은 혼합복식 랭킹 포인트 2위(4110점)를 달리고 있고 그 뒤를 ‘라이벌’인 일본의 하야타 히나-하리모토 도모카즈 조가 3605점으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올림픽 혼합 복식에선 랭킹 포인트 1위와 2위가 나란히 톱시드를 받는데, 중국과 함께 톱시드를 받아야 중국을 늦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랭킹 포인트가 아직 최종 확정된 게 아니다. 이달 초 태국에서 열리는 WTT 스타 컨텐더 방콕 혼합복식이 올림픽 전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마지막 무대다. 한국이 여기에서 일본의 추격을 뿌리치고 2위를 유지해야 결승전까지 중국을 만나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은 우선 중국을 피해 4강까지 진출한 뒤, 마지막 무대에서 모든 것을 쏟아넣겠다는 각오다.
둘은 “중국을 넘고 금메달을 따는 게 이제는 꿈이 아니다. 안 되는 건 없다. 그동안 함께 노력했던 만큼 서로를 믿고 경기에 임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겠다”고 자신감 넘치는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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