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부터 임대차 2법 만기 물건 ‘속속’ 풀려
연말까지 6.4만가구 추산…전셋값 폭등 우려
정부 정책에도 임대인·임차인 모두 ‘요지부동’
“전셋값 안정 위해선 비아파트 수요 회복책 마련돼야”
이달 말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주택의 임대차계약 만기가 속속 도래함에 따라 전·월세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사비 급등으로 도심 내 주택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서민의 주거사다리 역할을 해온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 혼란은 계속되고 있어 무주택자의 주거불안은 계속될 전망이다.
4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에 따르면 이달 계약갱신청구권 만기 예정 가구는 1만3169가구로 추산된다. 이달 말부터 만기 예정 물건은 점점 늘어나 오는 12월께는 6만4309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체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58만7888가구) 대비 10.9%를 차지한다.
지난 2020년 7월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이 시행된 지 올해로 4년 차에 접어들면서 이달 말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매물이 시장에 속속 풀리는 것이다.
시장에선 정부의 규제로 보증금을 시세만큼 올려받지 못한 집주인들이 신규 임대차계약을 통해 보증금을 한꺼번에 올리게 되면 전·월세 가격이 급등할 거란 우려가 적지 않다.
건정연 관계자는 “전체 아파트 거래건수 대비 비중은 평균 10% 내외 수준이지만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주택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물량의 만기가 다가올 예정”이라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 공급물량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최근 전·월세 가격지수가 상승하는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임대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임대차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선 그만큼 공급이 늘어야 한다. 하지만 아파트는 단기에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없어 사실상 비아파트 시장의 역할이 중요한 셈이다.
문제는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공급마저 위축되고 있단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빌라(다가구·다세대·연립) 착공 건수는 2만4910가구로 1년 전 6만9444가구 대비 64.1% 대폭 줄었다. 올 들어 5월까지 착공 물량은 7836가구에 불과하다.
투자수요도 쪼그라들었다. 정부는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HUG의 전세금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종전 공시가격의 150%에서 126%로 강화했다.
통상 빌라는 시세 대비 감정평가액이 절반 수준이다.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임차인을 들이기 힘들어지면서 집주인들은 강화된 기준에 따라 보증금을 큰 폭으로 낮추기 시작했다. 줄어든 보증금은 그만큼 임차인의 관리비, 월세 등 주거비 부담으로 돌아갔다.
정부는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고 빌라시장 정상화를 위해 추가 대책을 마련했다. 이달부터는 집주인이 HUG에 이의신청을 하면 HUG가 직접 의뢰한 감정평가법인이 산정한 감정가를 전세보증 산정 기준으로 삼을 수 있도록 했다. 기존 126% 기준은 그대로 유지하되 예외조건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HUG에서 지정한 감정평가법인으로부터 공시가격에 126%를 곱한 것보다 높은 감정가를 받을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 감정 비용도 임대인이 부담해야 한단 점에서다.
이달 들어 등록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 요건도 전세보증 수준으로 강화됐다. 임대사업자들은 보증보험 미가입시 수천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지만, 이미 역전세난이 심화한 상황에서 마냥 전셋값을 낮추기를 주저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는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시장 분위기는 아파트 아니면 안 된다는 인식이 굳어지고 있다”며 “임대인도 집을 내놓기 힘들고, 임차인은 빌라 전세살이를 꺼리면서 결국 월세로, 아파트로 수요가 자꾸 옮겨갈 수밖에 없다. 빌라 역전세난, 아파트 전세난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파트 공급을 대폭 늘려 시장에서 방황하는 수요를 모두 흡수한다면 문제없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며 “임대인의 민간 주택공급 역할을 인정하고 비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 추가적으로 더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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