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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 입에 물린 채…평범한 회사원이 여성 성폭행, 연쇄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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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2006년 7월4일 경기도 안양, 군포 일대를 연쇄살인 공포에 떨게 만든 살인마 김윤철(25)이 긴급 체포됐다.

그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대학을 졸업한 후 컴퓨터 부품회사에 다니고 있던 영업사원으로, 그동안 도로교통법 말고는 법을 어긴 전력도 없었으며 또한 상견례를 마치고 결혼을 약속한 여자 친구까지 있었다.

동네에서 효자라는 소리를 들으며, 낮에는 회사에서 성실한 직장인으로 근무하는 등 이른바 ‘모범 시민’이었던 그는 밤에는 흉측한 살인마로 변해 이중생활을 즐겼다.

◇ 첫 번째 범행…살해 다음 날 여자 친구와 민속촌데이트

2006년 5월15일 밤 11시 20분경 퇴근 후 친구들을 만나 술자리를 한 뒤 귀가하던 윤 모(22) 씨 앞으로 SUV 쏘렌토 차량이 멈춰 섰다. 차량의 문을 열고 여성에게 무언가 속삭이던 김윤철은 그녀를 뒷좌석에 태우더니 곧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집 근처 안양시 만안구 안양8동 대로변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윤 씨는 귀가하는 모습이 빌딩 앞 주유소 직원에 의해 목격된 뒤 행방불명됐다.

딸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자, 가족들은 16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신고 하루 만인 17일 오후 1시 30분경부터 약 20분간 군포 산본역 현금인출기에서 13차례에 걸쳐 284만 원이 실종된 윤 씨의 카드에서 인출됐다. 경찰은 CCTV를 통해 용의자의 사진을 확보하려 했지만, 해당 현금 인출기는 렌즈만 있을 뿐 저장장치가 없는 ‘깡통 CCTV’가 설치돼 있어 범인을 특정할 수 없었다. 추후 체포된 김윤철은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으며, 인출한 현금을 100만 원을 여자 친구에게 용돈으로 나머지 돈은 유흥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당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 김윤철은 지난밤 살해한 윤 씨에게서 뺏은 카메라를 가지고 여자 친구와 민속촌 데이트에 사용하고 직장에 가져가 동료들을 찍어주는 등 엽기 행위를 하기도 했다.

실종 닷새 뒤인 20일 오전 군포 금정역 인근 공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진압을 나온 소방관들은 화재 현장에서 나체 상태로 새까맣게 불에 탄 시신을 발견했다. 이는 당시 불안에 떨던 김윤철이 윤 씨의 시체를 유기한 곳을 다시 찾아 증거 훼손 목적으로 불을 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양손과 발이 노끈으로 결박된 시신은 맨눈으로 신원확인이 불가능할 정도로 불에 훼손되어 있었지만, 다행히 손가락 일부가 굽은 채로 불에 타지 않아 지문과 치과 기록 등을 토대로 신원이 확인됐다. 시신은 5일 전 실종된 윤 씨였다.

시신이 발견됨에 따라 경찰은 범인을 찾기 위해 탐문 수사에 들어갔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윤 씨는 납치된 직후 15일부터 16일 새벽까지 남자 친구와 112, 다시 남자 친구에게 차례로 휴대전화를 걸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경찰은 그러나 별다른 말 없이 전화가 끊어지자, 범죄 피해로 의심하지 못했고 장난 전화나 실수로 전화한 것으로 판단해 다른 조처를 하지 못했다. 비슷한 이유로 남자 친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이렇게 수사가 소득 없이 답보 상태에 빠지고 있었다.

◇ 여성 속옷이 재갈처럼 입에 물린 채 발견된 두 번째 희생자

6월 9일 밤 경기도 의왕시에 거주하고 있던 여대생이 또 실종됐다. 김 모(20) 씨는 밤 산본역에서 집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근처에서 차를 끌고 또다시 거리에서 표적을 물색하고 있던 김윤철은 똑같은 수법으로 김 씨를 유인해 차에 태운 뒤 흉기로 위협하기 시작했다.

김윤철은 차량에 태운 김 씨를 성추행하던 중 자기 얼굴을 봤다는 이유로 다시 한번 살인을 저지른다.

김 씨가 실종된 지 3주가 지난 7월 3일 오전. 의왕시 청계동 공동묘지 인근 풀숲에서 제초 작업 중인 주민에 의해 “시신이 있는 것 같다”는 신고 전화가 접수된다. 시신은 알몸 상태로 양손과 발이 노끈으로 결박된 채 발견됐다.

시신의 상태는 처참했다. 입안에는 여성의 속옷이 재갈처럼 물려있었고, 얼굴은 투명 테이프로 휘감겨 있었다. 또 신체 주요 부분은 예리한 흉기로 도려낸 상처가 있었다. 시신이 많이 훼손됐지만 김 씨였다.

같은 일대에서 한 달여 사이 20대 여성들이 실종되고 잔인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되자 경찰은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목격자도 CCTV도 범인을 추적할 수 있는 증거도 없어 난항을 겪던 중 또 한명의 여성이 실종되었다는 신고가 접수되며 연쇄살인에 더욱더 무게가 쏠리기 시작했다.

◇ 더욱더 대범해진 범행…세 번째 피해자 몸에는 구타 흔적

7월 1일 새벽 군포시 금정동. 늦게 귀가하던 직장인 여성 허 모(27) 씨 가 집에 오지 않자, 이틀 뒤인 3일 가족들은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추후 허 씨는 김윤철이 검거된 후 자백에 따라 5일 의왕시 백운저수지 부근 야산 풀숲에서 알몸 상태로 발견됐고, 앞서 희생된 김 씨와 같은 방법으로 양손이 비닐 끈으로 결박돼 있었다. 허 씨의 몸에는 앞선 두 여성과는 다르게 더욱더 대범하고 잔인한 폭행을 당한 듯 몸 곳곳에 구타로 인한 상처가 남아 있었다.

◇ 첫 번째 피해자 신용카드 인출 장소서 세 번째 피해자 현금 인출

범인 검거 전인 3일 두 번째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된 그날 경찰의 수사에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1일 실종된 세 번째 피해자 허 씨의 신용카드에서 현금 120만원이 인출된 것이다. 해당 장소는 ‘깡통 CCTV’가 설치돼 있던 첫 번째 피해자의 신용카드에서 현금이 인출된 곳과 같은 장소였다.

하지만 이미 경찰은 해당 장소에 정상적인 CCTV를 설치한 뒤였고, 그곳을 다시 찾은 김윤철의 모습이 CCTV 화면을 통해 명확하게 확인됐다. 이후 경찰은 탐문수사를 통해 신원을 확인한 후, 4일 밤 살고 있던 아파트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김윤철을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김윤철의 차량에서 납치돼 숨진 여성들이 빼앗긴 신용카드와 카메라 등을 발견했고 범행에 사용한 과도, 나일론끈 등과 혈흔 5점과 모발을 확보했다. 또 자택에서는 여성들을 테이프로 결박하거나 강압적인 성행위 내용 등이 담긴 수십 개의 음란물 동영상이 발견되기도 했다.

◇ 피해자에게 뺏은 구찌 핸드백 여친에 선물…죄의식 못 느껴

여성을 살해한 뒤 주검까지 훼손한 연쇄살인범 25살 김윤철은 결혼까지 앞두고 있던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 이었다. 그의 범행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검거 이후 계속해서 범행을 부인하던 김 씨는 국과수의 DNA 분석 결과가 나오자, 그때서야 범행을 자백했다.

첫 진술에서 그는 범행이 있기 몇 달 전, 아버지 명의로 구입한 차량 할부금과 대출금 때문에 지출이 커지자 이 돈을 갚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하지만 주장과는 다르게 첫 번째 피해자 카드에서 인출한 금액 대부분을 유흥비로 사용했다. 또 세 번째 피해자 허 씨가 가지고 있던 명품 구찌 핸드백을 여자 친구에게 선물했을 정도로 태연함과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김 씨는 3명을 납치하고 잔혹하게 살인한 데 대해 단순 사고라고 표현하는 등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죄책감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그는 “내가 지금 안 잡혔으면 한 달에 한두 명을 더 살해했을 것 같다”고 진술하며 살인에 익숙해지고 동기 없는 범행을 즐기는 연쇄살인범들의 공통점을 보였다.

◇ 무기징역 확정…국가유공자 후손 등 이유로

김윤철은 2007년 6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는다. 그의 전과가 없는 점이 가장 큰 이점으로 작용했으며, 할아버지가 6.25 참전용사였기 때문에 국가유공자 후손이라는 것도 도움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저지른 극악무도한 범죄로 인해 가석방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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