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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의 숨은 조력자]② 운용사와 증권사, 이런 공생 거래도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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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100조원대로 키운 주인공은 개인이 아닌 기관 투자자다. 특히 금리형 ETF는 기관 투자자가 자금을 ‘파킹’해두는 용도로 주로 쓴다. 어느 정도의 예비 자금은 투자하지 않고 예치해 두는 기관 특성상 손실 위험이 없는 금리형 ETF는 매력적인 투자처다.

그런데 모든 기관이 상품성만 보고 금리형 ETF에 투자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자산운용사가 공생 관계인 증권사들에 혜택을 주고, 증권사는 그 대가로 자산운용사의 ETF를 매수하는 케이스가 많다고 현장 관계자들은 말한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4일 ETF 순자산총액(AUM) 1·2위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Kodex CD금리 액티브(이하 Kodex CD)’와 ‘TIGER CD금리 투자KIS(이하 TIGER CD)’의 규모는 15조5234억원이지만, 이 중에서 개인이 순매수한 금액은 1조2003억원에 그친다.

두 회사의 또 다른 조(兆) 단위 금리형 ETF도 상황은 비슷하다. ‘Kodex KOFR금리 액티브(이하 Kodex 코퍼)’와 ‘TIGER KOFR금리 액티브(이하 TIGER 코퍼)’의 AUM은 9조2833억원인데, 이 중에서 개인 투자자의 자금은 2265억원에 불과하다. 비중으로 따지면 3%도 안 되는 것이다. 외국인은 상당수가 단기 차익 거래자임을 고려할 때, 기관이 ETF를 수조원 규모로 들고 있는 것이다.

금리형 ETF는 장점이 명확한 상품이다. 만기까지 기다려야 쏠쏠한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일반적인 금융투자상품과 달리 언제든지 현금화가 가능하다. 금리형 ETF는 우리나라 금리가 마이너스(-)로 전환되지 않는 이상 매일 이자를 받을 수 있고, 돈이 필요하면 주식처럼 당장 오늘이라도 시장에 팔면 현금화할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매일 단기자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의 번거로움을 덜 수 있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과 미래에셋 외에도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NH아문자산운용이 금리형 ETF를 출시했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다만 모든 기관이 순수하게 이런 장점 때문에 ETF를 사는 것만은 아니다. 알게 모르게 공생 관계가 구축돼 있다고 한다. 대형 자산운용사가 AUM을 불리고 싶을 때 같은 그룹 내에 있는 금융 계열사뿐만 아니라 타 그룹의 증권사도 호출한다. “당신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주문할 테니 우리의 금리형 ETF를 사달라”고 제안하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이는 증권사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제안이다. 금리형 ETF에 자금이 묶이지만 손실이 날 위험이 거의 없는 데다가 큰 손인 자산운용사의 주식 주문으로 인한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서다. 자산운용사의 주식 주문은 하루에 많게는 수천억원 규모로, 약정 수수료는 1~2bp(0.01%) 수준으로 전해진다. 증권사는 주식 매매 수수료를 챙겨서, 자산운용사는 AUM을 불려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다.

기초지수를 2배 추종하는 레버리지형과 역으로 추종하는 인버스형 ETF는 특히나 주식 주문이 많은 상품이다. 보통 ETF보다 익스포저(위험 노출도)를 조정하는 과정이 잦아서다. 코스피200처럼 일반적인 주식형 ETF는 기초지수의 정기 변경이 없는 한 주식 주문이 일어나지 않지만, 레버리지형과 인버스형은 자산운용사가 매일 주식·선물 등을 매매해야 한다.

해외형 ETF도 마찬가지다. 통상 해외형 ETF가 추가 설정될 때, 즉 자산운용사가 ETF를 추가로 설정할 때 쓰이는 방식은 ‘현금 설정’이다. 유동성공급자(LP)인 증권사가 자산운용사에 “ETF를 추가 설정하자”고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자산운용사는 돈을 받은 만큼 ETF 안에 담긴 주식을 매수해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어떤 증권사에 주문을 낼지 정할 수 있다.

다만 이같은 방식의 영업 행위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자산운용사 한 곳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과거엔 가능한 방식이었으나 현재는 불가능하다”며 “원칙과 절차에 따라 주식 주문을 배분한다”고 반박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뉴스1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뉴스1

주문할 주식이 많다는 건 새로운 ETF를 만들 때도 자산운용사의 무기가 된다. ETF의 상장 기준이 AUM 70억원 이상이라 자산운용사가 새 ETF를 출시할 때 LP는 70억원 이상의 물량을 설정해야 하는데, 신규 ETF에 LP로 참여하지 않으면 자산운용사가 해당 증권사에 주식 주문을 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압박할 수 있어서다.

증권사 입장에선 흥행 여부를 담보할 수 없는 ETF에 LP로 참여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 요인이다. 투자자의 선택을 받지 못해 시장에서 팔리지 않으면 LP로 수익을 내기 힘든 데다, 다른 사업에 쓸 수 있었던 자금이 묶이기 때문이다. 물론 ETF의 판매량이 저조하면 운용사에 환매 신청을 하면 되고 또 ETF 안에 본주가 들어 있는 만큼 손실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리스크로 인해 후발주자 운용사들은 LP 모집이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유동자금이 일부 자산운용사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며 “LP가 특정 회사로 쏠리면 그 외 자산운용사들은 신규 ETF를 출시할 여력이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업계에 무리한 영업 행위가 있다는 문제점은 알고 있다”며 “자산운용사의 건전한 경쟁을 독려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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