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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두근”…계속된 ‘사회적 참사’ 집단 트라우마 호소하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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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려요.”

서울 중구 인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 모 씨(29)는 지난 1일 발생한 서울지하철 시청역 인근 역주행 교통사고 때문에 길을 건널 때마다 긴장이 된다고 털어놨다.

이 씨는 “평소 사고 현장 인근에서 회식하거나 저녁 약속을 잡을 때가 많아 남 일 같지 않다”며 “횡단보도 앞에 설 때마다 손에 땀이 나고 인도를 걸을 때도 괜히 상가 등 건물에 붙어 걷게 된다”고 토로했다.

최근 아리셀 화재,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 등 사회적 참사가 연이어 터지면서 심리적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원화된 국가 상담 지원 체제, 트라우마 고위험군 지원 예산 전액 삭감 등 관련 지원은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 2주 연속 사회적 참사…직·간접 경험 시민들 불안감 호소

4일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2주간 다수 사상자가 발생한 사회적 참사가 연달아 발생해 고통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지난 25일 리튬 배터리 폭발로 대형 화재가 일어난 경기 화성 아리셀공장 사태에선 23명의 사망자와 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지난 1일 저녁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선 제네시스 차량 역주행 사고에선 9명이 숨지고 보행자 등 7명이 다쳤다.

재난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면서 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시민들이 불안함을 호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재난경험자는 재난으로 인해 직접적 충격이나 손상이 된 피해자뿐만 아니라 재난이 일어난 지역사회 거주자, 매스컴이나 대중매체로 간접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까지도 가리킨다. 이들은 자율신경계 각성으로 인한 심박동 증가, 소화 기능 저하 등 신체 반응뿐만 아니라 불안감과 우울함, 절망감 등을 동시에 겪기도 한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공사 가림막으로 막아 놓은 사고 현장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응시하던 최 모 씨는 “일 때문에 (9명이 사망한) 이 길을 맨날 지나다닌다”며 “요즘엔 TV 보다가 사고 재구성 영상이 나오기만 해도 가슴이 덜컹해 그냥 채널을 돌린다”고 고개를 저었다. 지난 1일엔 사고 당시 폭발음을 듣고 대피한 것으로 알려진 아리셀 공장 직원이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병원에 이송되기도 했다.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정신 상담센터 관계자는 “최근 여러 사건이 발생하면서 두통, 가슴 두근거림 등을 호소하는 전화가 많이 걸려 온다”며 “전화상담, 대면 상담 예약 등을 진행해 순차적으로 일정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도 편집 없는 사고 영상 등을 본 사람들이 심리적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장기화하고 치료가 병행되지 않을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을 지낸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상 공간이 위험해지는 비정상적 상황에서 보이는 정상적 반응”이라면서도 “3일 이상 불면증 등 경고신호가 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전에도 코로나19, 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 재난이 누적되며 시민들의 트라우마 경험이 빈번해지는 만큼 보다 촘촘한 국민정신 건강 지원 체계의 마련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는 지적이다. 대표적 개선책 중 하나로 언급되는 것이 지원 기관의 일원화 필요성이다.

현재 한국은 보건복지부 산하의 국가 트라우마센터와 행정안전부 산하 재난심리지원센터라는 이원화된 시스템으로 나눠 재난 정신건강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를 미국, 일본 등 재난 대처 경험이 풍부한 국가처럼 일원화해 장기 치료가 필요한 심리적 트라우마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2006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국토안보부 산하 연방재난관리청으로, 일본의 경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생노동성 산하 재난 정신 의료지원팀(DPAT)으로 일원화해 중장기적으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시민들을 관리하고 있다.

전덕인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간접경험도 심하면 PTSD 전조 증상처럼 나타날 수는 있지만 대부분 시간이 흐르면 해소된다”며 “다만 이같은 증상이 오래가면 정신적 취약계층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어 민간, 공공 지원을 가리지 않고 조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머니s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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