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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이 전달보다 2400억 원 불어났다. 전월 대비 증가 폭은 21개월 만에 최대다. 정책자금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전세자금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부실이 발생한다면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6월 말 전세대출 잔액은 118조 2226억 원으로 전달 117조 9827억 원보다 2400억 원 증가했다.
2022년 9월 전월 대비 2896억 원 늘어났던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전세대출 잔액은 2022년 10월 이후 꾸준히 줄어오다 최근 두 달 연속 반등 추세를 탔으며 특히 지난달 이례적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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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이 늘어난 것은 전세가격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낮은 금리 효과가 더해지면서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5월 이후 전세가격 오름세가 1년간 지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6월(87.1)에서 올 5월(89.2)까지 꾸준히 올랐다. 반면 은행권의 전세대출 금리는 하락세를 탔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5월 예금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연 3.90%로 전월 대비 0.01%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12월(연 4.09%) 이후 6개월 연속 하락세다.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전세대출 속도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전세대출이 전세가격을 밀어 올리고 갭투자를 야기하는 근본 원인으로 지적돼왔다. 또 전세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보증 기준도 느슨해 전세 수요를 키워 결국 전세가 및 매매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며 전세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원리금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주택금융공사 등 국가 재원이 투입되는 등 건전성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세대출 상품은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을 위한 대출 상품인 탓에 무턱대고 줄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서민 주거 안정 지원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세대출 역시 대출의 일종인데 규제 예외가 적용되는 상황”이라며 “DSR 규제를 적용하는 대신 공공 및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고 공시지가의 30% 수준으로 전세가격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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