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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격이 바닥을 뚫고 내려가면서 엔화와 미국 국채 가격 상승에 동시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엔화의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적극적으로 ‘물타기’에 나섰던 개인투자자의 매수 동력도 소진되는 양상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STAR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 ETF’는 올 들어 전날까지 17.23% 하락했다. 레버리지를 제외한 장기채 투자 ETF 42개 중 가장 큰 손실률이다. 올해 3월 상장한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 ETF’도 넉 달 남짓한 기간 10.28% 손실을 냈다.
이 ETF들은 엔화로 미국 장기국채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엔화 상승, 미국 장기국채 금리 하락으로 인한 자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엔화 노출 미국 장기국채 ETF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역대급 엔저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고 추후 미국의 기준금리가 하락할 경우 가격 상승 폭이 큰 미국 장기국채에 동시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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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노출 미국 장기국채 ETF 수익률의 발목을 잡은 것은 역대급 엔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엔화는 지난달 28일 37년 만에 가장 낮은 달러당 161.20엔까지 떨어졌고 이달 들어서는 꾸준히 161엔대를 유지하고 있다. 상반기 140~150엔 수준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타던 엔화 가치가 끝을 모르게 추락하자 엔화 노출 미국 장기국채 ETF의 수익률도 고꾸라졌다.
오히려 미국 장기국채에만 투자하는 ETF들은 최근 국채금리가 안정화되면서 양호한 수익률을 거뒀다. 최근 한 달 동안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합성 H) ETF’는 3.28%의 성과를 올렸고 ‘KBSTAR 미국30년국채액티브 ETF’도 2.3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 달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장기국채 ETF는 엔화 노출 미국 장기국채와 장기채 인버스뿐이다.
엔화 가치가 끝을 모르는 채 하락하자 적극적으로 엔화 연동 미국 장기채 ETF를 사들였던 개인투자자의 매수세도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인은 올 들어 5월까지 ‘KBSTAR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 ETF’를 매달 100억~300억 원씩 순매수하며 1309억 원어치를 사들였지만 6월 들어서는 18억 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특히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헤지 ETF’를 4억 781만 달러(약 5665억 원)어치 사들였던 일학개미들은 지난달 처음으로 327만 달러(약 45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ETF는 일본 시장에 상장된 미국 장기국채 투자 ETF로 엔화와 미국 장기국채에 동시 투자할 수 있어 일학개미들의 큰 관심을 받은 상품이다.
시장에서는 일본 외환 당국이 미국 휴장일인 4일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여전히 엔화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중 엔화 가치가 저점을 확인할 것이라는 기대는 유효하다”면서도 “결국 중요한 것은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향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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