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이 방한 중인 팜민찐(Phạm Minh Chính) 베트남 총리와 회동했다. LG그룹을 대표해 글로벌 거점으로서 베트남 생산기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글로벌 최저 법인세(이하 최저한세) 등에 대한 당국의 대비책을 촉구했다.
3일 베트남 정부에 따르면 찐 총리는 이날 정철동 사장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베트남 내에서 투자와 기업 정책 등을 전담하는 관계 부처 책임자들도 동석했다.
정 사장은 이날 만남에서 최저한세 대응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망 구축을 위해 베트남 정부가 힘써줄 것을 요청했다. 기존 단행한 투자에 더해 신규 투자 확대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정책적 지원이 담보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베트남 정부 관계자는 “현재 기관들은 베트남 투자 환경의 안정성, 경쟁력 및 매력을 보장하기 위해 투자 지원 기금의 설립, 관리 및 사용에 관한 법령을 개발하고 있다”며 “베트남은 LG 프로젝트를 위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양질의 인적 자원, 원활한 인프라를 보장하기 위해 최대한의 조건을 조성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정 사장은 “베트남은 LG그룹의 주요 글로벌 생산지로서 현재까지 50억 달러 이상이 지출됐으며 향후 5년 동안 3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것”이라며 “LG그룹에 대한 베트남의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최저한세는 작년부터 LG그룹 뿐만 아니라 베트남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최저한세는 소득 발생 관할 지역을 막론하고 다국적 기업에 15%의 최소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특정 국가에서 최저한세보다 낮은 세율이 매겨지면 해당 국가에 자회사를 둔 모회사가 차액을 징수해야 한다. 기업들은 낮은 실효세율 등 각종 조세 혜택에 따른 이득을 보기 어려워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 국가들은 올해부터 최저한세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전날 찐 총리와 면담을 가지고 최저한세 도입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 찐 총리는 “베트남은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에 대비해 외국 투자자 지원금 제도 규정을 마련했다”며 “부가가치세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한국을 대상으로 각별한 제도 마련을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찐 총리는 LG그룹의 대규모 투자에 감사를 표하며 양측 간 지속적인 협력 관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LG그룹이 베트남에서 향후 디지털·친환경 경제 중심의 신사업을 펼치고 연구개발(R&D) 센터 건설 등 추가 투자도 검토해줄 것을 당부했다.
찐 총리는 “베트남 기업이 LG의 공급·생산망에 참여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고 사회보장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아이디어 개발·정책 완성에 기여해 현지화율을 높여 달라”며 “디지털 경제, 녹색 경제, 순환 경제, 공유 경제를 향한 글로벌 시장의 주요 제품 제조, 연구개발의 글로벌 전략에서 베트남을 중요한 기반으로 고려해 달라”고 밝혔다.
LG그룹은 2013년 LG전자의 투자를 시작으로 하이퐁시에 진출했다. LG전자는 15억 달러(약 2조원)를 투자해 약 80만㎡(평방미터) 규모 부지의 하이퐁 캠퍼스 조성에 착수했다. 4년 후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도 하이퐁 생산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하이퐁시 전체 수출액의 43%를 책임지는 하이퐁시 최대 투자자다. 누적 투자액은 80억 달러 이상이다.
주요 계열사들은 공장을 완공한 후에도 최근까지 투자를 지속했다. LG전자는 지난 2022년 냉장고 신규 생산라인을 구축해 이듬해 첫 일반형 냉장고 완제품을 양산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21년 9월 14억 달러를 투입해 하이퐁 OLED 모듈 생산 공장 증설을 추진했다. LG이노텍도 지난해 카메라 모듈 생산능력을 확대하고자 1조3000억원의 추가 투자를 단행했다.
LG디스플레이 하이퐁 공장은 국내와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생산한 TV용 대형·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패널에 각종 부품을 조립해 모듈을 제조하는 시설이다. 증설 투자가 완료되면 OLED 모듈 월 생산량은 기존 900~1000만 대에서 1300~1400만 대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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