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이 4조원에 육박했다. 가계대출 중심의 수익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 결과인데, 연체율 증가는 풀어야 할 숙제다.
3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3조8967억원으로 나타났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토스뱅크가 1조699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카카오뱅크가 1조1481억원, 케이뱅크가 1조491억원 순이었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모두 개인사업자대출 잔액 1조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토스뱅크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1조7503억원으로 1조원을 넘겼지만 케이뱅크 9751억원, 카카오뱅크 9495억원으로 1조원에 조금 못 미쳤다.
토스뱅크는 지난 2022년 2월 인터넷전문은행 최초로 개인사업자대출 시장에 진출했다. 이어 같은 해 5월 케이뱅크가, 11월 카카오뱅크가 개인사업자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해 3월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이 2578억원이었는데 1년 새 4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3436억원에서 3배가량 규모가 뛰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개인사업자대출 비중을 늘리는 데는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서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에 쏠린 수익구조를 개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지난 1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66조490억원으로 전년 동기(48조2121억원) 대비 17조8369억원 불어났다. 금융 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공격적으로 주담대를 늘린 것이 설립취지와 어긋난다며 비판적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은 개인사업자대출을 늘리면서 리스크도 확대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보유한 3개월 이상 연체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규모는 478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3339억원) 대비 43.25%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 비중은 0.20%포인트 높아진 0.68%를 기록했는데, 이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평균 고정이하여신 비율(0.28%)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평균 연체율은 0.92%로 시중은행(0.31%)보다 3배가량 높았다.
부실채권 증가는 고금리와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개인사업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실제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부실채권 가운데 11%(553억원)는 개인사업자대출이었다. 금융권에서는 개인사업자를 부실을 키울 수 있는 ‘약한 고리’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사업자대출 연체액은 10조8000억원으로 2009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연체 규모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 역시 1.66%를 기록하며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신용평가모형(CSS)을 고도화해서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뱅크는 소상공인 특화 CSS를 개발했다. 개인사업자 전체를 평가하는 범용모형에 개별 업종 사업자를 정교하게 평가해 변별력을 높이고 있다. 케이뱅크의 경우 이동통신 3사와 함께 이동통신 가입자의 통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점수를 매기는 텔코CB를 선보였다. 토스뱅크는 모회사인 토스를 기반으로 신용평가모형을 정교화한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비율 달성과 수익 다각화를 위해 최근 개인사업자대출을 늘리고 있다”며 “대출 성장과 동시에 대손충당금을 늘리고 신용평가모델을 고도화하는 등 리스크 관리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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