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법률 개정·예산 필요한 ‘로드맵’
거대 야당 협조 없이 사실상 안 돼
‘업무보고 거부’ 사태로 관계 최악
기재부 “논리로 야당 설득하겠다”
정부가 ‘서민·중산층 시대 구현’이란 주제로 3일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한 가운데 해당 계획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로드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각종 법률 개정과 예산 뒷받침이 필요한데 현재 상황으로선 야당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야 갈등을 넘어 정부와 야당 간 대립 구도로 흐르는 만큼 결과적으로 이번 로드맵이 공허한 외침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3일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고 경제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에는 최근 한국경제 치명적 단점으로 지적되는 저성장 고착화와 계층 간 격차 확대 극복 방안 등 총체적인 사회·경제 성장 밑그림을 담았다.
기재부는 구체적으로 혁신생태계 강화와 공정한 기회 보장, 사회 이동성 개선이라는 3대 분야에 ▲생산성 높은 경제 시스템 구축 ▲생산요소 활용도 제고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능동적 상생 ▲가계소득·자산 확충 ▲교육 시스템 혁신 등 10대 세부 과제를 적시했다.
정부 로드맵은 내용의 구체성이나 실현 가능성 논란을 떠나 야당 협조를 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정부가 내놓은 10대 세부 계획에는 기업 밸류업(가치 상승) 정책이나 소득세 감면과 같은 세제 개편의 상당 부분이 법 개정을 수반한다. 특히 금융투자소득세, 상속세 등은 세제 관련해서는 여야 의견 차이가 크다.
일례로 정부가 주주환원을 확대한 기업에 5% 법인세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배당소득을 분리 과세해 세율을 최대 20%p 낮추는 주주환원 공제만 하더라도 야당 반대 기류가 강하다.
극한 대립 상황, 야당 협조 구할 방법은
정부는 기업 밸류업 대책 실효성을 끌어올려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 성장을 촉진하고 중산층 자산 증식을 통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높여 나간다는 구상이지만 야당 공감은 얻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경우 이미 상속세·종합부동산세 개정과 금투세 폐지를 ‘3대 부자감세’로 규정한 상태다.
기업 최대 주주가 주식을 상속할 때 붙는 할증 규모를 조정해 현재 최대 60%인 세율을 50%까지 낮추는 정부 계획에도 야당은 반대하고 있다.
상속세 경우 최근 일부 야당 의원들이 세율 조정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긴 하다. 다만 이들 의견 또한 정부 방향과는 궤적이 다르다.
임광현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지난달 4일 “초부자 상속세 감세보다 중산층의 세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향후 중산층 가구의 세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세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상속세를 개편하되, 혜택 대상 계층을 ‘중산층’으로 한정한 것이다.
정부는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할 순간까지 여당 설득을 위한 구체적 방법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 1일 사전 브리핑 자리에서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금투세 폐지나 최대주주 상속세 할증 (폐지)부분은 야당에서 반대하는 의견이 강하다는 것을 우리도 알고 있다”며 “금투세 폐지는 정부에서 얘기를 꺼낸 이후에 투자자들과 전문가를 중심으로 ‘지금 금투세를 시행하는 것은 이르다’는 여론도 상당히 있고, 국회에서 찬반에 대한 의견이 팽팽하기 때문에 정부의 논리와 시장에서 원하는 그 힘으로 한번 설득해 보겠다”고 했다.
김 차관 발언은 사실상 ‘뾰족한 방법은 없다’는 뜻이다. 정부는 22대 국회 개원 직후 ‘업무보고 거부’를 두고 이미 야당 눈 밖에 난 상태다. 여야 대립은 물론 정부와 야당마저 관계가 악화일로 상태라 이번 역동경제 로드맵이 계획대로 실현될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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