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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왔다…반전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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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만들려면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요즘 돌아가는 경기가 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가계는 벌써 지갑을 닫았고 그마저 버티던 기업도 최소한만 움직이는 상황이다. 국내 경제상황은 장기침체의 늪에 빠져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이 imf 때보다 힘들다고 한다. imf와 국제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을 거쳐왔지만 오히려 지금이 서민들에게 더 살기 어렵다고 한다. 만 원 한 장이 이토록 가치가 낮아 보일 때가 없었다.

다들 줄이고 줄이니, 어지간한 경쟁력이 없으면 도태되고 만다. 가게문을 연 자영업자가 1차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며칠 전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건물에 대형 구내식당이 규모를 반으로 줄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업무단지 안에서도 규모가 가장 크고 사람이 많은 곳이다. 밖에서 볼 때는 잘되는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러지 못했나 보다. 그래도 6년을 매일같이 밥을 먹던 곳이라 마음이 짠해진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짐작이 가긴 하다. 사이즈가 커서 임대료는 높을 텐데 업무단지 특성상 점심엔 붐벼도 저녁에 사람이 없다. 점심 장사로 벌어서 저녁 장사에 까먹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극약처방을 한 모양이다.

전에는 그래도 기업이 버티면서 그나마 경기가 돌아갔는데 요사인 기업상황도 좋지 않다. 사업규모를 축소하거나 투자를 줄인다. 그러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지고 비용삭감에 전사적으로 매달린다. 우리같이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B2B시장이 가장 늦게 영향을 받는데 이곳도 여기저기 충격파가 오고 있다. 정책자금도 줄고 불황이 기업마다 타격을 주면서 투자보단 내실을 기하려는 추세다.

최근, 주요 고객사 매출이 전반적으로 줄었다

특히나 매출의 절대량을 차지하던 주력고객사에서 오더가 줄어드니 뼈아프다. 기업도 어렵다 보니 구매 시 단가경쟁을 통해 조금이라도 저렴한 곳으로 움직인다.

그나마 서비스나 사후관리등의 서포트로 경쟁을 비켜가고자 하지만 그런 장점도 지금 같은 불황기에 언제까지 먹힐지 모르겠다.

그동안 B2B시장의 최대 장점인 반복구매, 대량구매를 통해 큰 무리 없이 사업을 유지해 왔다

통계적으로 일정 수준의 매출과 마진이 나오다 보니 지금의 루틴에 길들여진 점도 있다. 그래서 고객사 담당들을 만나거나 업무역량을 높이는데 소홀해졌다. 바쁘다는 핑계로 대부분 전화로 소통하고 서비스 개발도 게을리했다. 아무튼 일정하게 매출이 나오니 자만한 점이 크다.

일종의 업력을 통해 관성적으로 평균 매출을 만들어 내니 실력인 줄 알았다. 몇 달 부진을(그렇다고 심각한 건 아니고, 아직 평균 수치에 가깝지만 그래도 위기는 미리미리 알아보고) 겪다 보니 정신이 번쩍 든다.

위기라 진단을 내렸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제일 먼저 나의 사고를 지배하는 명제들이 맞는지 점검해 보았다. 원래는 앞으로 4~5년 후쯤 지금의 사업을 그만두고 좋아하는 일(글쓰기, 창업컨설팅)을 해보려고 계획했다.

현재의 일도 의미 있지만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한 번쯤은 전념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생각도 여러 번 쪼개서 들여다보니 합리적인 생각이 아닌 듯하다. 일단 정년을 오 년 연장해서 앞으로 9년은 더 일하는 게 실용적이란 판단이 섰다(이왕 사업을 시작했는데 30년은 채우고 싶어졌다). 

뉴스에 미래산업 정문술 회장의 별세소식이 들린다. 그는 전설적인 1세대 벤처인이다. 기업가 정신에 투철했고 미래를 보는 혜안과 사내복지, 사회 기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일찍부터 그에 대한 존경심을 품고 있었다. 그런 분을 보고 배워서 조금이라도 따라가고 싶었다. 새로운 동기부여가 생긴다. 내가 하고 있는 사업을 연마하고 다듬어서 세상에 내놓는데 부끄럼이 없게 만들자고.  

생각을 바꿨다

일(사업)과 자아실현(작가, 창업컨설팅)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게 최선은 아닌듯하다. 일을 끝내놓고(정년) 나중에 자아실현을 해야지 생각했는데 그것들은 어쩌면 분리될 일이 아닌 것 같다. 지금 하고 있는 사업에 모든 걸 우선해서 집중하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태도가 바뀐다.

요사이 고객사 담당들과 통화를 하고 견적메일을 주고받는 게 너무나 소중한 일이라는 걸 실감하고 있다. 비즈니스와 그것을 대하는 나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 하나하나 감사한 일이고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우치고 있다. 매출이 줄어서 위기라 느끼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마인드와 행동을 바꾸고 있지만 사실 이런 자세는 평생 유지해야만 한다(위기가 올 때만이 아니라)

내가 우리 회사의 가장 대표상품이다(잊지 말자)

1) 9개년 인생플랜을 다시 세우다

3년에서 5년 단위로 인생플랜을 짜왔다. 물론 지키지 못하는 게 많지만 심기일전을 위해서 플랜이 필요할 때마다 새롭게 작성했다. 세부항목으로 메인사업, 두 번째 아이템소싱, 출판(글쓰기), 자산관리, 인맥관리, 건강관리등으로 나눠서 매년 계획을 세웠다. 뭔가 애로사항이 생기고 답이 필요할 때는 문제를 작게 쪼개서 들여다보니 의외로 해답이 보인다.

2) 출근시간

1시간 정도 일찍 더 출근을 시작했다. 최소 고객과의 업무시간은 일치시켜야겠다. 한 시간 반이나 걸리는 출근길에 조금 늦어서 지하철 안에서 담당들에게 전화를 받을 때도 많다. 그런 일은 없어야겠다. 아무리 구멍가게 대표라도. 그리고 정신무장엔 역시 시간관리가 특효다.

3) 영업활동 

그동안 영업활동이라기 보단 기존 거래처 관리에만 치중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들어오는 오더만 신경을 썼다. 이제는 먼저 고객사 담당에게 전화해서 안부를 묻고 있다. 업무적 이슈가 있어도 소통하지만 단순한 안부라도 전하고 있다. 그리고 주요 키맨들은 가급적 대면 약속을 잡아서 얼굴을 보려 한다. 그동안 담당 얼굴도 잊을 만큼 전화 위주로 끝냈는데 요즘은 미팅을 잡고 수시로 대면하고 있다. 그럴 때면 다시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다. 직원들만 거래처에 보낼 일이 아니다. 소통이 돼야 한다. 우리 회사의 대표사원은 바로 나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이 일을 처음 시작하고 자리를 잡을 때까지 전력을 다하던 그 시절의 내가 떠오른다

4) 전문성 

상품의 납품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철저한 사후관리와 탄력적인 회계처리까지 고객사에 제공하는 서포트의 퀄리티를 끌어올리고자 애쓰고 있다. 다소 비용이 추가되더라도 책임을 다해 처리할 생각이다. 작은 부품하나라도 신속하게 가져다주고 매일같이 쌓이는 견적요청에도 정확하고 합리적인 견적을 주려고 한다. 마진보다는 신뢰와 업무능력으로 판단받고 싶다. 하는 일에 전문성을 위해 업무 관련 공부도 틈틈이 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은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면 타인(고객사)이 돕는다고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게 하다 보면 사업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교훈이다. 지극히 동감한다. 지금 필요한 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다.

보통 5년 단위로 위기가 한 번씩 찾아왔다. 이유는 주요 고객사의 어려움 때문이거나, 내가 그들에게 경쟁력을 잃거나 하는 문제였다.

다행히도 그때마다 기본으로 돌아가 재출발하면서 위기를 넘고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다 다시 익숙한 패턴으로 돌아가 기본을 잠시 잊게 되었지만 반전의 기회로 삼고자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전례 없이 성숙한 태도로, 사업이 탄탄하고 멋져지길 다짐한다.

요사이 예전에 써놨던 나의 글들이 

지금의 나를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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