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보이스피싱 등 금융 소비자의 비대면 금융 피해를 분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올해부터 사기 피해액 일부를 지급하는 ‘자율배상 제도’를 시행하는 가운데 최근 첫 배상 사례가 나왔다. 향후 자율배상 제도의 활성화를 통한 은행권의 책임 분담 노력이 보다 확대할 전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들어 비대면 금융거래가 늘며 이에 따른 금융사기 피해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주로 전화를 통해 금융 기관을 사칭하며 개인정보와 돈을 빼내는 보이스피싱이 대표적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액만 1965억원으로 전년(1451억원) 대비 35.4% 늘었다.
은행권은 이러한 보이스피싱 등 비대면 금융사기 피해를 지원하고자 새 제도를 도입했다. 올해부터 운영 중인 자율배상 제도는 비대면 금융사고 피해에 대한 책임을 은행이 분담하는 제도다.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기준에 따라 전체 사기 피해액의 일부를 배상금 형태로 지급한다.
그러나 제도 시행 5개월이 지난 시점까지도 자율배상 제도가 금융사기 피해 극복에 적극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말까지 자율배상을 신청한 건수는 53건에 그쳤다. 이에 따른 총 피해 금액은 13억3000만원으로 지난해 발생했던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 대비 크게 미미한 수준이다.
자율배상 제도는 올해 1월 1일 이후 비대면 금융사기를 당한 소비자라면 모두 신청할 수 있다. 예컨대 보이스피싱 등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돼 제3자에 의해 본인 계좌에서 금액이 이체된 경우 등이 해당한다. 최종 배상금 규모는 은행의 사고 예방 노력과 소비자의 과실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우선 은행은 고객 확인 절차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운영 등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을 자체적으로 얼마나 충실히 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소비자에 대한 본인 확인 미흡, 의심할 만한 거래 인식 후 추가 확인 절차 소홀 등이 은행의 대응 미비 예시가 될 수 있다.
또 소비자의 경우 주민등록증이나 금융거래 비밀번호 등 관리를 소홀히 했거나 제3자에게 제공했는지 등을 바탕으로 과실 정도가 평가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스마트폰 메모장에 계좌번호, 금융거래 비밀번호 등을 써놓는 행위를 주의해야 한다. 개인정보가 쉽게 유출될 수 있어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링크를 누르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
자율배상 제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사고 발생 후 최대한 빠른 신청이다. 배상금의 최종 지급까지는 최소 2개월 이상의 기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피해 환급금 결정을 비롯해 피해 발생에 대한 은행의 사고 조사 이후에 배상금이 최종 결정되는 만큼 다소 시간이 소요된다.
피해 환급금이란 사고 발생 후 소비자가 은행에 지급 정지 신청을 하고, 환급 절차를 거쳐 돌려받는 사기 피해 금액을 말한다. 배상금은 전체 사기 피해액 중 피해 환급금을 제외한 범위 내에서 정해진다.
이에 따라 금융사기를 당한 소비자는 먼저 보이스피싱 통합신고센터 또는 피해가 발생한 해당 은행의 콜센터로 전화해 지급 정지를 요청하고, 동시에 책임분담기준 제도 적용 여부를 상담해 배상 신청하면 된다. 이 경우 배상 신청서와 함께 사건 관련 서류 제출이 필요하다.
실제 지난달 자율배상에 따른 첫 배상 사례도 나왔다. 국민은행은 올해 1월 지인을 사칭해 보내온 모바일 부고장 내 링크를 눌러 총 850만원의 자금이 출금된 피해자에게 127만5000원을 배상했다. 다른 주요 은행들 역시 피해자 배상 신청을 받고 절차를 진행 중인 만큼 향후 배상 사례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아직 자율배상 제도가 시행 초기인 만큼 향후 비대면 금융사고 피해자가 제도를 보다 적극 활용할 수 있게 안내를 강화할 계획이다. 당국은 보이스피싱 피해 환급금이 결정되면 이를 통지할 때 책임분담기준 제도를 필수 항목으로 포함해 안내할 예정이다. 또 은행권은 책임분담기준 제도를 선제적으로 안내하는 등 상담 절차를 개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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