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스토리] 웰트 강성지 대표·노혜강 부대표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글로벌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이 휘청이는 사건이 있었다. 세계 첫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사였던 페어테라퓨틱스가 파산하고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된 일이다. 글로벌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을 이끌었던 기업이었기에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디지털 치료기기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왔다.
이 가운데 페어테라퓨틱스의 파산이 오히려 기회라며 도전장을 내민 국내 스타트업이 있다. 최근 첫 처방이 이뤄진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슬립큐’를 개발한 웰트다. 지난해 페어테라퓨틱스의 편두통 관련 파이프라인도 5만달러(약 6600만원)에 인수했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헬스케어 산업이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 방향은 확실하다”며 “페어테라퓨틱스의 실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오답노트’가 됐다.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불면증 치료비는 절반, 수면효율은 15% 증가”
━
삼성전자에서 스핀오프(분사)한 웰트의 시작은 디지털 치료기기가 아니었다. 만성질환자의 생활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자의 허리둘레와 걸음 수 등을 측정·기록하는 스마트벨트를 개발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S.T.듀퐁, 빈폴과 협업하는 등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헬스케어 하드웨어(벨트)로 매출을 올리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강 대표는 “스타트업이 하드웨어를 생산해 판매하는 건 쉽지 않고, 하드웨어와 연동하는 소프트웨어(디지털 치료기기)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2019년 당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디지털 치료기기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관련 시장이 형성되는 것을 보고 디지털 치료기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웰트가 처음으로 개발한 디지털 치료기기는 불면증 치료제 ‘슬립큐’다.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고 지난 12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첫 처방이 시작됐다. 슬립큐는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와 수면처방요법을 디지털화했다. 환자가 작성한 수면일기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치료를 6주간 제공한다. 회사에 따르면 치료를 마친 환자의 수면 효율이 이전보다 15.1% 상승했다.
노혜강 웰트 부대표는 “정신과 질환은 신약 처방보다는 노동집약적인 상담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디지털 치료기기가 정신과 질환에 집중돼 있다”며 “기존 인지행동치료 비용이 40만~50만원 선인데, 슬립큐는 20만원대로 비용이 책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독일 등 해외진출 본격화…글로벌 디지털 제약사 목표
━
웰트는 지난해 페어테라퓨틱스의 편두통 관련 파이프라인을 인수했다. 인수금액은 5만달러. 특허권뿐만 아니라 병원 계약까지 모두 확보했다. 인수 과정에서 페어테라퓨틱스의 경영 상태를 낱낱이 실사했다.
강성지 대표는 “페어테라퓨틱스의 실사를 통해 어디서 무슨 문제가 발생했고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살펴볼 수 있었다”며 “디지털 치료기기의 수가를 노리는 것보다 디지털 치료기기를 기존 의약품과 같이 처방해 수가를 받거나 제약회사에 라이센스 아웃(기술이전)해 실적을 올리는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웰트는 2022년부터는 글로벌디지털치료기기협회(DTA) 이사사로 활동하고 있다. 협회 회원사와 함께 미국 상·하원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동시에 독일을 필두로 유럽 시장 진출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독일 현지법인도 설립했다. 독일은 디지털 치료기기에 임시 수가를 책정하고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등 디지털 치료기기가 활성화된 국가 중 하나다.
강성지 대표는 “미국 불면증 환자 1인당 진료비는 약 400만원, 독일은 약 40만원, 한국은 약 26만원 수준”이라며 “웰트는 미국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독일에 진출하고 규제가 있으면 프랑스로 넘어가는 등 규제 장애물을 피해가며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혜강 부대표도 “일단 불면증 치료제를 독일 사정에 맞게 현지화해 출시할 예정”이라며 “최근 독일에서 대마가 합법화된 만큼 중독 등 독일 환경에 맞는 두 번째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디지털 치료기기는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많은 데이터를 활용하고 AI 기술을 접목하며 업데이트가 가능한 약”이라며 “환자를 가장 가까이서 보고 파악해 맞춤형 치료시대를 여는 글로벌 디지털 제약회사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