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 하계 올림픽이 33번째 무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100년 만에 다시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선이 향하고 있는 대회입니다. 역사가 깊기에 이제 모든 종목들이 익숙할 법하지만, 아직 낯설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것들이 꽤 있습니다. 이에 뉴스1은 각 종목의 역사나 규칙부터 관전 포인트까지,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길라잡이를 마련했습니다. 무엇이든 알고 봐야 더 즐길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3년 전 일본 도쿄에서 올림픽 최고의 성과를 낸 기계체조 대표팀이 프랑스 파리에서 다시 한번 ‘큰 사고’를 노린다.
체조는 화려하지 않아도 꾸준하게 메달이 나오는 종목이다. 1988 서울 대회에서 박종훈이 남자 도마 동메달을 따낸 뒤 2020 도쿄 대회까지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를 제외하고 올림픽마다 메달리스트가 등장했다.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1개를 수확했으니 나쁘지 않은 성과다.
특히 2021년 개최된 도쿄 올림픽에서는 의미 있는 메달 2개를 수확했다. 신재환(제천시청)이 남자 도마 우승으로 체조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고, 여서정(제천시청)은 여자 도마 동메달을 따며 우리나라 최초 부녀(父女)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첫 여자 체조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둘 다 깜짝 메달이었다. 조심스럽게 메달을 바라기는 했으나 가능성을 높게 보진 않았는데, 신재환과 여서정 모두 긴장하지 않고 자신 있는 플레이로 메달을 땄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체조 대표팀의 비상을 눈여겨볼 만하다. 도쿄 대회를 넘어 역대 최고의 성적을 자신하고 있다.
체조는 파리 올림픽에서 기계체조 14개, 리듬체조 2개, 트램펄린 2개 등 총 18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금메달 개수는 수영(49개), 육상(48개), 사이클(22개) 다음으로 레슬링과 함께 공동 4위에 해당한다.
한국은 리듬체조와 트램펄린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해 기계체조 종목에 총 8명의 선수가 나선다. 그중 남자 마루운동의 류성현(한국체대)과 김한솔(서울시청), 남자 철봉과 도마의 이준호(전북도청), 여자 도마의 여서정 등 4명에게서 메달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4명의 선수가 모두 시상대에 오를 경우, 역대 최다 메달 4개를 쓸어 담게 된다. 지금까지 단일 올림픽 최다 메달은 3개였다.
남자 마루운동에서는 금메달을 놓고 ‘집안싸움’이 펼쳐질 수 있다. 도쿄 대회 이 종목 4위에 오른 류성현은 3년간 부족한 경험을 축적했고, 연기 난도를 높여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3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는 김한솔 역시 지난해 아시안게임 마루운동 2연패를 달성하며 자신감이 충만하다.
류성현과 김한솔은 “도쿄 대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면서 동반 입상에 도전한다. 둘이 메달을 목에 걸 경우, 한국 체조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마루운동 메달리스트가 되는 영예도 안는다.
남자 기계체조 개인 종합에 유일하게 나서는 이준호는 도마와 철봉에서 메달을 바라본다. 이준호는 “메달은 신이 주는 것”이라며 “먼저 종목별 결선에 진출한 다음에 메달권 진입을 노리겠다”고 겸손한 각오를 피력했다.
여자 체조의 간판 여서정은 한국 체조에서 누구도 해내지 못한 올림픽 2연속 메달리스트를 꿈꾼다. 여서정은 “도마 개인전에서도 한 번 더 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라며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생각으로 임해 스스로 만족스러운 경기를 펼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체조는 단체전도 있다. 남자 체조는 9회 연속 올림픽 단체전 출전이 무산됐지만 여자 체조가 1988년 이후 36년 만에 단체전을 뛴다. 결선 진출조차 쉽지 않지만, 여서정은 후배들과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한국 체조의 메달 사냥에 관건은 착지다. 체조는 착지를 제대로 못 할 경우 감점을 받아 이를 만회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두 번의 올림픽에서 착지 실수로 인해 아쉬움을 삼켜야 했던 김한솔은 “이제는 노련함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여서정의 아버지이자 1996 애틀랜타 남자 도마 은메달리스트 여홍철 경희대 교수는 “올림픽에 나서는 체조 선수들의 기량 차이는 크지 않다. 경기 당일의 몸 상태에 따라 메달 색깔이 바뀐다”며 “메달 후보로 꼽히는 4명의 선수 모두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 경험이 풍부하다. 긴장을 풀고 즐기면서 자기 기술을 펼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파리 올림픽 체조 경기에서 가장 기대를 받는 선수는 ‘체조의 살아있는 전설’ 시몬 바일스(미국)다.
바일스는 앞서 2016 리우 대회 4관왕으로 역대 최고의 체조 선수 반열에 올랐다. 2020 도쿄 대회에서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멘털이 흔들려 단체전 은메달, 평균대 동메달에 그쳤지만 이후 정신 건강을 회복했고 이번 미국 대표 선발전에서 압도적 기량을 뽐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8년 만에 하계 올림픽 무대로 돌아온 북한 체조도 주목해야 한다. 북한은 2016 리우 대회에서 금메달 2개를 땄는데, 그중 1개는 리세광이 남자 도마에서 얻었다.
이번 파리 대회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2관왕’ 안창옥이 메달에 도전한다. 안창옥은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도마와 이단평행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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