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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형 살해 암매장 후 “아내가 시켰다” 거짓말한 농구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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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11년 전 오늘, 2013년 7월 3일 농구계는 고교시절 전국 랭킹 1, 2위를 다투던 농구천재가 끔찍한 살인자가 됐다는 말에 발칵 뒤집어졌다.

이날 경기 화성동부경찰서는 전 프로농구 선수 정상헌(1982년생)을 살인 및 시체유기 혐의로 긴급체포, 범행 경위를 캐고 있다고 밝혔다.

◇ “너 같은 놈 만날까 겁나 결혼 안 한다” 처형 말에 욱…시신 불태우려 했지만

정상헌은 2013년 6월 26일 낮 화성시 정남면 자기 집에서 처형 A 씨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집에서 8km 떨어진 오산시 가장동 야산에 암매장 혐의로 체포됐다.

이날 정상헌은 처가살이한다고 눈칫밥을 주던 아내의 쌍둥이 언니 B 씨(1981년생)와 상가 권리금 배분 문제를 놓고 다투다가 B 씨가 “너 같은 놈 만날까 싶어 결혼 안 하고 있다”고 하는 말에 격분, 살해했다.

이어 B 씨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차에 실은 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날이 어두워지자 오산으로 가 파묻었다.

당초 정상헌은 완전범죄를 노리고 시신을 불태우려 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자 암매장을 택했다.

◇ 처형 휴대폰으로 ‘여행 간다’ 문자…아내와 함께 경찰서 찾아 실종신고까지

정상헌은 아내 C 씨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사건 다음 날인 27일 B 씨의 휴대폰으로 아내에게 ‘골치 아픈 문제가 많아 멀리 여행 갔다가 30일쯤 돌아오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언니와 거의 떨어진 적이 없던 C 씨는 B 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 데다 약속한 날짜에 돌아오지 않자 정상헌을 앞세워 7월 1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 처형 살해 후 벤츠 팔아 돈 챙긴 정상헌…경찰 추궁에 “나를 업신여겨 죽였다”

경찰은 △ B 씨가 출국한 사실이 없는 점 △ 주위의 원한을 사지 않은 점 △ 특별히 금전적 어려움이나 이에 얽힌 사건이 없는 점 △ 6월 27일 동생에게 문자를 보낸 이후 휴대폰 사용기록이 없는 점 등을 토대로 수사에 나섰다.

그러던 중 B 씨의 벤츠 승용차가 중고 매매상에게 1200만 원에 팔렸으며 차를 가지고 온 이가 정상헌이라는 사실을 파악, 7월 2일 정상헌을 소환했다.

정상헌은 경찰에 추궁에 “평소 나를 업신여겼던 B 씨가 그날따라 모욕의 정도가 너무 심해 욱하는 마음을 참을 수 없었다”며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경찰은 정상헌의 진술에 따라 오산시 가장동 야산에서 B 씨 시신을 발굴한 뒤 정상헌은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 “아내가 시켜서 죽였다”며 빠져나가려 했지만 통하지 않아

구속 뒤 정상헌은 “언니와 재산 문제로 다투던 아내가 ‘언니를 없애달라’고 해 죽였다. 벤츠를 판 돈을 아내와 나눠 가졌다”며 아내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C 씨를 조사했지만 아무런 혐의점을 찾을 수 없었고 벤츠 판 돈이 C 씨 통장으로 흘러 들어간 사실도 없어 정상헌 단독 범행으로 결론짓고 재판에 넘겼다.

정상헌의 발뺌은 재판과정에서 그의 발목을 붙잡는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다.

◇ 1심 “죄질이 극히 나쁘고 아내에게 죄를 전가했다”며 징역 25년형

정상헌은 살인, 살인강도, 시체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4년 1월 10일 수원지법 형사 11부(재판장 윤강열 부장판사)는 “처형을 살해하고 암매장하는 등 죄질이 극히 나쁘고 부인의 사주로 살해했다며 살인의 책임을 아내에게 전가했다”며 징역 25년 형을 선고했다.

다만 벤츠 승용차를 가로챌 목적으로 살해했다는 혐의(강도살인)는 무죄로 판단했다.

◇ 2심 “계획이 아닌 우발적 범행 참작했다” 20년 형으로 감형…대법에서 확정

정상헌은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용빈 부장판사)는 2014년 4월 “계획범죄가 아닌 우발적 범행임을 참작, 형을 낮춘다”며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20년 형을 선고했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도 2014년 7월 21일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징역 20년형을 확정했다.

정상헌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2033년 7월 2일이다.

◇ 고교랭킹 1, 2위 다퉈…최고 명문대 진학한 게으른 천재

정상헌은 학창시절 농구 천재로 이름을 날렸다.

192cm의 키로 가드, 포워드까지 기용 범위가 넓었고 경기를 보는 눈도 탁월했다. 문제는 노력하지 않는다는 점.

그럼에도 정상헌은 최고 명문대에 스카우트됐다.

하지만 게으른 버릇을 고치지 못해 팀 이탈을 밥 먹듯이 하다가 결국 자퇴하고 말았다.

◇ 일반인으로 농구 드래프트 신청…오리온스, 재능 믿고 선발했지만

정상헌은 2005프로농구 드래프트에 일반인 자격으로 신청했다.

일반인이 프로무대에 등장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지만 동양 오리온스는 그를 1라운드 8순위로 전격 지명했다. 정상헌의 재능을 믿고 투자한 것.

정상헌은 2005시즌을 시작하기도 전에 팀에서 무단이탈하는 등 말썽을 피워 2005년 10월 임의탈퇴(강제 은퇴) 처리됐다.

이후 2006년 6월 “이젠 정신 차렸다”고 읍소, 모비스에 입단해 2006-2007시즌 우승을 맛본 정상헌은 상무에 입단, 군 생활을 마쳤다.

2009년 모비스로 돌아온 정상헌은 방탕아 딱지를 떼지 못해 임의탈퇴 처리돼 영원히 농구판을 떠났다.

◇ 우승 뒤 결혼…은퇴 후 처가살이 하면서 폐차 사업

2006-2007시즌 우승 뒤 C 씨와 결혼한 정상헌은 은퇴 후 폐차 사업, 대포차 판매 등의 일을 했지만 별다른 수입을 올리지 못했다.

상당한 재력가인 처가에 얹혀사는 모양새를 피하지 못했던 정상헌은 이로 인해 나름의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헌이 보통 수준의 노력만 했어도 프로농구팀 주전, 이를 악물었다면 올스타 대열에 충분히 합류했을 정도였다는 게 농구계의 평판이었던 만큼 그의 몰락은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머니s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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