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파업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노사는 지난 1일 진행된 11차 교섭에서도 임금협상과 관련해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회사는 새로운 제시안을 전달했지만 노조는 이를 또다시 거부했다. 다음 교섭은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현대차 노조는 현재 쟁의(파업)권을 획득한 상태다. 지난달 13일 진행된 8차 교섭 자리에서 노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협상 도중 자리를 떠났다. 같은달 24일 쟁의행위(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했고 노조 재적 인원 4만3160명 중 4만1461명(96.06%)이 투표에 참여, 이 중 3만8829명(재적 대비 89.97%, 투표자 대비 93.65%)이 찬성했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로부터 교섭 조정 중지 결정도 얻으면서 합법적인 파업권을 획득한 상태다.
올해 협상에 앞서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 15만90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를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인상, 금요일 4시간 근무제 도입, 연령별 국민연금 수급과 연계한 정년 연장(최장 64세) 등을 요구했다. 회사는 노조에 기본급 10만1000원 인상, 경영성과금 450%+1450만원, 주식 20주 지급 등을 제시했다.
파업권을 획득하고 중앙쟁의대책위원회(이하 쟁대위)도 설립한 노조는 사측의 추가 교섭 요청을 받아들였다. 지난 1일 11차 교섭에서 회사는 기본급 5000원 인상(10만6000원) + 일시금 50만원(1500만원) + 주식 5주(25주) 등의 2차 제시안을 노조에 전달했다. 노조는 “조합원 기대를 저버렸고, 일괄 제시 다시 요청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지만 지난 교섭처럼 중간에 자리에서 떠나진 않았다고 한다.
현대차가 노조에 전달한 제시안을 보면 타결 즉시 250% + 1500만원, 9월 추석 연휴 전 100%, 12월말 100%의 성과급을 지급하며 9월 말엔 25주를 준다. 성과급과 특별합의금을 환산하면 3885만원, 무분규 전제로 지급하는 주식 5주(2일 종가 기준 136만5000원) 등 임금과 성과금을 합해 총 4495만원에 달한다는 게 회사의 설명.
이동석 현대차 대표는 협상 자리에서 “첫 제시임에도 전년도 타결금액보다 높은 역대 최대 수준을 제시했다”며 “이날(2일) 제시는 교섭 마무리를 위한 물꼬를 트는 심정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전년도 경영실적과 올해 경영환경을 기초로 임금성 규모를 정해왔다. 올해는 환율효과 소멸, 판매인센티브 증가,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직면할 경영환경이 부정적 전망이 많아 고정비를 높이기보다는 전년도 성과를 적극적으로 나눠 빠른 타결로 위기에 대응하려는 자세로 풀이된다.
회사는 성과금 규모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전년 성과에 대한 보상임에도 교섭 등의 과정에서 연간 총 보상과 별개로 판단되며 혼란을 겪었고 대외적으로는 그룹사별 형평성 논란도 불거졌다. 이에 지난 2월 현대차는 특별성과금 지급방식 변경을 노조 측에 전달했다. 지난해 성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약속하면서도 지난 2년과 같은 방식은 어렵다는 입장을 경영진의 이메일과 공문 등을 통해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현대차는 2022년부터 특별성과금을 지급해왔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역대급 실적을 거둔 데 대한 보상 차원이다. 2022년 전 직원에게 각각 400만원, 지난해엔 ‘400만원+주식(현대차 10주)’을 줬다.
하지만 노조는 보다 강화된 임금성 제시안을 고집하고 있다. 사측이 올해 제시한 기본급 10만6000원은 610만원 인상효과가 있는데 노조는 900만원 이상 인상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성과금도 최소 4000만원 이상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회사가 최대 성과를 냈으니 그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해달라는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 162조6635억원원, 영업이익 15조1269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엔 매출 142조1514억원, 영업이익 9조8249억원이었다. 올 들어 판매량은 급감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전년보다 0.9% 준 206만1883대를 판매했다. 특히 내수는 34만5704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8% 줄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노조는 정년 연장 등을 빌미로 더 많은 성과금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근로시간 단축의 경우에도 특근을 늘리는 효과가 있어 사실상 임금 인상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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