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수수료’가 도마 위에 올랐다. 카드결제 수수료보다 높은 간편결제 수수료를 낮춰 소상공인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자율 공시 제도로 운영 중인 간편결제 수수료에 ‘적격비용 산출제도’를 적용해 법률로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법률 규제가 섣부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간편결제 서비스 구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부터 시작해 심층적인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간편결제 수수료, 구조부터 파악해야
현재 쟁점으로 떠오른 사안은 ‘간편결제’ 분야에 ‘적격비용 체계’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적격비용체계는 카드사 수수료율의 근거가 되는 체계로, 2012년 여신전문금융법 개정에 따라 3년마다 이를 재산정해 가맹점이 부담하는 수수료율을 조정하고 있다. 반면 간편결제는 수수료 관련 업계 자율경쟁 촉진을 위해 2023년 3월부터 자율공시 중이다. 네이버파이낸셜, 비바리퍼블리카(토스), 11번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지마켓, 카카오페이, 쿠팡페이, NHN페이코, 쓱닷컴 등이 참여하고 있다.
간편결제 업계는 카드사와 비교해 이른바 ‘동일규제 동일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1월말 기준 주요 간편결제사들의 영세 가맹점 대상 카드수수료율은 0.83~1.5%, 선불전자지급수단 결제수수료는 0.88~3%를 기록하고 있다. 카드사 수수료율은 신용카드 0.5%, 체크카드 0.25%다.
단순 수치로는 간편결제 수수료가 훨씬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간편결제는 전자지급결제대행(PG)역할까지 수행하고 있고, 카드사는 PG 수수료를 따로 부과해 계산한다. 오히려 카드 결제 수수료에 1~3% 수준인 PG 수수료를 합치면 간편결제 수수료가 그렇게 높지 않다는 것이다.
간편결제 효용성도 강조한다. 간편결제는 앞서 언급한 PG역할을 수행하면서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 구축, 결제 과정 보안 문제 해결, 가맹점 리스크 비용 등 다양한 중간 역할을 함께 제공한다. 그럼에도 명목 수수료 외에 별도 중간 비용은 붙지 않는다.
설사 적격비용 체계를 도입하려 하더라도 일괄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일반 서비스와 달리 간편결제는 △서비스 구조와 영역(온·오프라인) △서비스 제공 내용 △업체 유형(유통, 배달, 결제 등) 등이 광범위해 표준화된 기준으로 적격 비용을 산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에 수수료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도 영업권을 침해하는 성급한 논의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 정의와 범위가 매우 넓은데다 구조는 복잡해 단순히 가격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다루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시도”라며 “간편결제 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심층적인 논의를 통해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투명 자율 규제’로 업계 선순환 필요
업계는 수수료 강제 규제보다 자율 규제 강화가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간편결제 수수료 법률 규제 효익도 따져 보다 실질적이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련 정책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이 간편결제 수수료를 주제로 주최한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이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간편결제, 핀테크, 법무법인 등 업계 임원과 전문가들은 현재 시행 중인 ‘자율공시 제도’ 강화를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수수료 자율 공시제도 투명성과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이다. 단순 수수료율 공시가 아닌, 수수료율 수준 근거와 가맹점 수수료 내역에 대한 정보 전달 등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다소 획일적인 양식으로 제공되는 공시 한계를 보완해 업계 비교 통합 공시, 제 3자에 의한 원가산정기준 수수료 검증 활동, 자발적 우대 수수료 적용 노력 등도 자율공시제도 강화 방안으로 언급됐다.
일괄 규제 효용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간편결제 수수료에 대한 규제 이슈가 사업자 건전성이나 소비자 혜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적격비용 체계를 도입한 신용카드 시장은 수수료 인하 효과는 있었으나 이로 인해 소비자 혜택이 축소·중단되고, 영세 가맹점에게 인하한 수수료 적자 비용이 일반 가맹점으로 전이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신용카드 업계가 지속 적격비용 체계 페지를 주장하는 이유다. 이제 막 개화하기 시작한 간편결제 시장에 일괄적 수수료 규제가 과연 더 큰 효용을 얻을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한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수수료 인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장기적·다각적 관점에서 숙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신용카드사처럼 간편결제사에 법정 적정 수수료율을 적용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일괄적 규제는 산업 전반을 고사시킬 우려가 있어 간편결제 업권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기반으로한 공공 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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