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을 내다본 국내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사 119곳 가운데 73곳(61.3%)의 올해 하반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연초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차전지 업종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올해 하반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가장 많이 내린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증권사들은 LG에너지솔루션의 하반기 영업이익 규모를 연초 2조5208억원으로 예상했으나, 현재 1조7585억원으로 7623억원 낮췄다.
LG에너지솔루션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기차 수요 증가세 둔화, 중국 기업의 시장 확장 등의 여파로 증권사들은 이차전지 업종 전반의 실적 부진을 점치고 있다. 연초 대비 하반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SK이노베이션 6939억원 ▲POSCO홀딩스 5767억원 ▲삼성SDI 3510억원 ▲에코프로비엠 1926억원 ▲포스코퓨처엠 1600억원 등으로 하향 조정됐다. 모두 올해 들어 주가가 두 자릿수 넘게 하락했다.
이차전지 업체들은 수요가 꾸준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중국 기업이 주름잡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에도 도전장을 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완성차 기업 르노와 국내 기업 최초로 전기차용 파우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2025년 말부터 2030년까지 총 5년이고, 전체 공급 규모는 39기가와트시(GWh)로 전기차 약 59만대분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르노와의 계약금이 확정되지 않아 공시하지 않았으나, 수시공시 기준 금액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면서 자산총액 2조원이 넘는 점을 고려할 때, 계약 규모가 전년도 매출의 2.5%인 8400억원 이상일 것으로 본 것이다.
증권사들은 또 LG디스플레이의 올해 하반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연초 8361억원에서 현대 4032억원으로 내렸다. 관건은 하반기 출시되는 애플의 아이폰16 시리즈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와 함께 아이폰16 시리즈에 탑재되는 유기발광디스플레이(OLED) 패널을 공급할 예정이다. 증권사들은 아이폰16 시리즈 판매량에 따라 LG디스플레이 하반기 실적이 기대치를 웃돌 수 있다고 본다.
반대로 증권사들이 연초보다 올해 하반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가장 많이 올린 곳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연초 6조5514억원에서 현재 13조2413억원으로 2배 넘게 상향 조정됐다.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AI 서버에 쓰이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서다.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 힘입어 삼성전자도 하반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연초보다 3조1612억원 증가했다. 올해 하반기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5세대 HBM(HBM3E) 공급을 본격화할 수 있을지가 실적을 좌우할 전망이다.
한국전력의 하반기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연초보다 5951억원 늘었다. 중동 긴장에도 국제 유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비용 부담을 덜어낸 영향이다. 문제는 하반기 들어 원유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국제 유가가 최근 상승 흐름을 탄 점이다. 이와 맞물려 전기요금 인상 여부가 한국전력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 전망치 상향 조정 비율로 보면 넷마블이 가장 높다. 증권사들은 넷마블의 하반기 영업이익을 연초 463억원에서 현재 1148억원으로 147.8% 높였다. 넷마블이 지난 5월 출시한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가 흥행 성공한 덕분이다.
윤예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가 출시 2개월간 216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며 “장르 특성상 콘텐츠가 고갈되는 3분기에 실적이 둔화하겠지만, 4분기에 나 혼자만 레벨업 애니메이션 2기 방영 등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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