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최성희(37)씨는 지난달 단돈 100만원으로 서울 등 수도권 일대 대형 오피스 빌딩의 건물주가 됐다. 방법은 간접부동산투자회사인 리츠(REITs)를 통해서였다. 최근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리츠 배당을 확대하는 법이 통과하자 리츠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최씨는 “자투리 돈을 투자할 마땅한 곳이 없었는데 정기 배당 수입이 보장되는 리츠가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미국이 금리를 인하한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리츠 투자 매력이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내려가면 리츠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 편입된 자산 수익률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리츠 배당 기준을 개선하는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이 하반기 시행 예정인 만큼 업계에서는 지금이 리츠를 살 적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리츠 중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 리츠Top10지수’는 지난달 28일 기준 829.44로 최근 1년 내 최저점이었던 지난해 10월 23일 732.21과 비교하면 13.27% 올랐다. 리츠주와 함께 인프라스트럭처 종목 10개로 구성된 ‘KRX 부동산리츠인프라지수’도 지난해 10월 23일 1299.85를 기록한 이후 지난달 28일 기준 1431.43까지 올랐다. 두 지수 모두 지난해 10월까지 꾸준히 내린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리츠는 적은 돈으로 부동산 투자 효과를 노릴 수 있고 웬만한 주식보다 높은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장 리츠의 배당수익률은 연 7.40%를 기록했다. 리츠는 상장할 때마다 수십에서 수백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한다.
◇ 리츠로 소액 투자해 건물주 되자
리츠는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임대수익이나 매각 차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투자 상품이다. 법인세를 면제하기 위해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주주에게 배당한다. 주가가 하락해도 배당은 나온다. 부동산펀드와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점은 많다. 부동산펀드는 하나의 자산(부동산)만 보유할 수 있는 반면 리츠는 여러 개 자산을 가질 수 있다. 부동산펀드가 주로 3∼5년 만기의 폐쇄형으로 만들어지고 만기까지 환매가 안 되지만 주식을 발행하는 상장 리츠에 투자할 경우 언제든지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리츠는 크게 자기관리리츠, 위탁관리리츠, 기업구조조정리츠로 분류된다. 자기관리리츠는 운영전문인력 등 상근 임직원을 두고 투자와 운용을 리츠에서 직접 수행하는 형태다. 위탁관리리츠는 이를 외부의 자산관리회사(AMC)에 위탁하는 형태로 페이퍼 컴퍼니다. 기업구조조정리츠는 기업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매각하는 부동산 등을 투자 대상으로 하는 기업 구조조정 지원 리츠다. 리츠 산업 초창기인 2000년대 초반에는 기업구조조정리츠가 주류를 이뤘지만, 현재는 규모가 상당히 줄었다. 지난 5월 기준 국내 운용리츠는 375개인데 대부분은 위탁관리리츠(357개)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에 상장된 리츠는 23개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7월 1일 기준 시가총액 1위는 SK리츠(1조2872억원)였으며 이어 ▲ESR켄달스퀘어리츠(9781억원) ▲롯데리츠(7848억원) ▲제이알글로벌리츠(7796억원) ▲신한알파리츠(5489억원) 순이었다. 자산이 가장 많은 리츠도 SK리츠로 4조2956억이었으며 ▲ESR켄달스퀘어리츠(2조3439억원) ▲롯데리츠(2조3137억원) ▲제이알글로벌리츠(2조563억원) ▲신한알파리츠(1조9972억원) 순이었다.
◇ 단기 차익보단 배당수익…국내 대형 오피스 추천
리츠는 단기 매매 차익보다 배당수익에 목표를 둔 안정적인 성향의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주가가 가파르게 오를 것을 기대하고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리츠에 투자하려면 리츠에 대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과 기초자산, 배당 성향과 구조, 임대료 상승 조건과 금융 조달 비용 등을 종목별로 따져본 뒤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리츠투자 주요 방법으로 ‘국내’ ‘대형’ ‘오피스’를 추천했다.
우선 해외보다 국내 리츠가 투자 매력이 높다. 국내 리츠는 주로 오피스 빌딩과 물류센터, 리테일 자산을 담고 있다. 국내 오피스 빌딩은 실질 공실률이 3% 미만일 정도로 수요가 많고 리테일도 장기간 임대계약을 맺고 있어 공실 부담이 작다. 반면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주요 도시 오피스 공실률은 19.6%에 달해 집계가 시작된 1979년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유럽 주요 도시도 8% 수준의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중소형보다 대형 리츠가 유리하다. 금리가 떨어지는 환경에서는 양호한 신용등급을 받은 대형 리츠의 혜택이 크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최소 3000억원 이상을 살펴보면 좋다. 분산투자 장점을 살리기 위해 최소 세 개 이상의 부동산이 편입된 리츠에 투자해야 한다. 또 오피스와 리테일 분야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공급 과잉 문제가 떠오르는 물류센터 등을 기반으로 한 리츠는 확실한 임차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주의해야 한다.
◇ 금리 변동성 주의…정부 정책 긍정적
리츠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금리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금융조달비용이 늘어난다. 특히 임대료 외 이익을 내지 못하는 리츠는 자산을 추가로 편입하거나 이전에 빌린 돈을 상환할 때 금리 인상 시 비용이 상승한다. 리츠는 통상 빌린 돈으로 자산을 늘려 성장성을 확보하고 자산을 매각해 차익을 얻은 뒤 이를 배당하거나 재투자해 덩치를 불려야 한다. 자산을 새로 편입하지 않는 리츠는 성장이 멈춰 투자자가 떠나고 주가는 하락해 시장에서 외면받는다. 하반기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은 리츠 투자의 기회다.
최근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의 주요 키워드로 리츠를 제시하며 투자에 유리한 정책을 쏟아낸 부분도 긍정적이다. 올해 초 국회는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리츠가 배당할 수 있는 이익을 계산할 때 평가손실을 반영하지 않는 것이다. 기존 부동산투자회사법은 리츠 수익이 줄지 않더라도 자산 평가액이 하락하면 그에 따른 미실현 손실분을 빼고 배당해야 했다. 가령 리츠가 100억원의 배당 가능 이익을 냈지만 50억원의 평가손실이 나면 50억원만 배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리츠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해도 이를 이익 배당 한도에서 제외해 법인세를 감면하고 배당을 늘릴 수 있게 됐다. 개정안은 오는 8~9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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